국제
여행객 일가족 '살해·성폭행'에도…인도 경찰 두 달 넘게 방치
입력 2023-07-22 16:15  | 수정 2023-07-22 16:27
인도 타밀 나두 청년회의 한 여성 회원이 현지 시간으로 어제(21일) 첸나이에서 열린 마니푸르주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규탄하는 피켓 앞에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인도를 여행 중인 여성들이 참혹한 일을 당했는데 경찰이 두 달 넘게 사건을 방치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월 4일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발생한 이 사건 관련 영상이 지난 19일 SNS에 올라와 인도 전역으로 퍼지면서 공분을 일으킨 것입니다.

영상 속에는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길거리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진 채 울부짖고 있고, 가해자들이 긴 막대기로 여성들의 몸을 휘두르며 인근 들판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들 여성은 일가족과 인도를 여행하던 중 800~1,000명가량의 폭도와 마주쳤고, 일가족 가운데 남성들은 폭도들에게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마니푸르주 경찰은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메이테이 부족원 4명을 구속했습니다. 쿠키조 부족의 주거지를 불태운 메이테이 부족의 남성들이 이 일가족 중 남성을 살해하고 여성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BC는 또, 일단 경찰이 두 여성을 구출했는데 폭도들이 몰려와 끌고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고는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는데 또 다른 여성 일가족 역시 발가벗겨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지난 20일이 돼서야 4명의 남성을 체포했고, 곧 더 많은 사람을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 직후 폭도들을 처벌해 달라는 신고가 쏟아졌지만,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지 경찰은 질타받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영상이 고화질이었음에도, 경찰이 이 남성들을 붙잡는 데 두 달 보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BBC는 피해당한 모녀의 친척이 자필로 쓴 고발장에 '폭도들이 경찰에 구금된 모녀를 끌고 가 이런 참혹한 일을 저질렀다'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폭도들을 제지하기 위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런 의혹이 잇따랐는데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한 경찰관은 "폭도들 숫자에 압도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힌두교를 숭배하는 메이테이족과 기독교를 믿는 쿠키조 부족이 계속 충돌하자, 경찰이 종교 갈등으로 인식해 방관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족 간 유혈 충돌과 관련해 현지에는 6,000건의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두 달간 메이테이와 쿠키조 부족의 유혈 충돌로 미얀마 접경지인 마니푸르주에서는 적어도 130명이 목숨을 잃고 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이 주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 끝에 최근 인도에서 몬순 회기를 시작한 의회 회의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 사건이 인도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면서 죄를 절대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DY 찬드라추드 인도 대법원장도 대법원도 동영상으로 인해 깊이 혼란스러운 상태”라면서 정부가 가해자에 대해 조치한 후 진행 상황을 알려주길 바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이 직접 나서겠다”고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BBC는 사건 발생 뒤 2개월(실제로는 두 달 보름)이 지나서야 모디 총리가 입장을 밝히고, 가해자에 대한 첫 체포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당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일선 경찰에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