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복이 中옷이라고?…"고려 덧옷·조선 치마, 당대 패션 주도"
입력 2023-07-21 13:21  | 수정 2023-07-21 13:28
경복궁 아시아모델페스티벌 한복 퍼레이드/사진=연합뉴스
동북아역사재단-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 복식 문화사' 학술회의
고려 복식은 궁중서도 인기…"문화 전파 아니라 상호 교류 측면 봐야"

고려와 조선 시대에 입던 옷이 과거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유행을 주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부 중국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복이나 갓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내용이라 더욱 주목됩니다.

구도영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오늘(21일) '명나라의 조선 드레스 열풍과 조선 전기 여성 한복'을 연구한 글에서 "15세기 조선의 옷이 명나라의 부유층 패션을 휩쓸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구 연구위원은 오늘 오후 재단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 복식 문화사: 한국의 옷과 멋' 학술회의에 앞서 공개한 발표문에서 마미군(馬尾裙)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옛 치마 비교/사진=동북아역사재단

마미군은 말총으로 만든 여성의 속옷, 즉 페티코트(petticoat)를 일컫습니다.

치마 안에 받쳐 있는 속치마로, 바깥에 입는 치마를 풍성하게 부풀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구 연구위원은 명나라 시기에 나온 저술인 '숙원잡기'(菽園雜記) 등을 토대로 "조선의 마미군은 해상 교역을 통해 명나라 최고의 패션도시인 쑤저우(蘇州)에 전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후 상하이(上海) 등 '강남' 지역사회에 마미군 열풍이 일면서 강남 여성은 물론, 고위급 남성 관료들까지 입어 명나라 정부에서 우려를 나타낼 정도였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말총이 주로 제주에서 나는 점을 들어 "그동안 한·중 관계의 외변에 위치한 제주도와 중국 강남 지역의 문화교류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국가박물관이 소장한 15세기 작품 '명헌종원소행락도'/사진=동북아역사재단

구 연구위원은 명나라에서 유행한 마미군이 문화교류의 역사를 상징한다고 봤습니다.

그는 "최근 중국 온라인과 학계 동향을 보면 중국이 주변국에 문화를 전파하기만 한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미군 사례를 보면 문화 상호 교류의 측면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술대회에서는 마미군에 앞서 14세기 중국에서 유행한 복식 문화와 생활 양상인 '고려양(高麗樣)'도 다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윤정 서울역사편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시대 복식과 고려양을 연구·분석한 글에서 "14세기 원 제국에서 유행한 '고려양'은 전근대 한중 관계에서 전례 없는 문화적 현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나라 말기 관인이 쓴 시 '궁중사'(宮中詞)에는 '궁중에 의복이 고려 양식을 새롭게 숭상하니, 방령(方領)에 허리까지 오는 반비(半臂)라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원나라 '방령'과 대전에서 출토된 '방령'/사진=동북아역사재단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원 궁정에서 유행했다고 하는 '방령에 허리까지 오는 반비'는 모난 맞깃이 달리고 허리까지 오는 짧은 소매의 덧옷을 뜻하며, 고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원은 복식 문화는 시대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산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고려 복식문화의 흐름은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면서도 그 속에 함몰되지 않는 자신들의 문화를 관철해 나갔으며, 시대의 변화에 조응해 끊임없이 재구성해 가는 과정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깃을 둥글게 만든 관복인 조선시대 단령(團領), 조선 후기 여성의 패션, 조선의 갓과 모자 등을 다룬 주제 발표도 이어집니다.

재단은 "한국 복식의 특징과 역사성을 확인하고 동아시아 문화 교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해 한·중 시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단서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행사 안내/사진=동북아역사재단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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