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신고 2시간 뒤에야 '코드제로' 발령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경찰에 접수된 신고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경찰청은 지하차도 관련 최초 신고를 받은 지 약 2시간 뒤에야 최단 시간 내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 '코드제로'를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7시 58분 "미호천교가 넘치려고 한다"는 최초 신고에는 '코드2'만 발령했다가 오전 9시 54분에 코드제로로 격상한 겁니다.
사건 현장을 관할하는 오송파출소에 1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들어온 112신고는 총 6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인 신고 내용도 드러났는데, 신고자들이 겪었을 공포감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최초 신고가 이뤄진 약 40분 뒤인 오전 8시 37분에는 "지하차도에 물이 차서 차들이 후진해서 차를 뺀다"는 신고가, 8시 39분에는 "버스 안으로 물이 차고 있다", "종아리까지 물이 찼다"며 "나가질 못한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해당 버스는 기사 1명과 승객 8명 등 모두 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747번 급행버스입니다.
8시 40분에는 차 3대에 4명이 고립돼 소방에 공동대응 요청 접수가 들어왔습니다.
8시 45분 이후 실종신고 빗발쳐
피해자 유족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신고도 빗발쳤습니다 .
8시 45분 "집사람이 청주를 갔다오다 차가 물속에 걸려있다"며 "사고가 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8시 59분에는 "아내가 청주에서 오송오는 길인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어딘지 모른다고 한다"는 신고와 9시 28분 "엄마가 오송역 가는 터널에 갇혀있다고 한다"며 "통화가 안 되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경찰에 들어옵니다.
9시 32분 "남편이 침수된다고 하고 연락이 안 된다"며 조난우려로 위치추적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침수차량 감식하는 과학수사대 / 사진 = 연합뉴스
'충북경찰청 미흡대처'...서울청 광역수사단 인력 투입
한편, 충북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참사를 키웠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수사 공정성을 위해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경찰청은 어제(19일) 송영호 충북청 수사부장이 맡은 수사본부장을 김병찬 서울청 광역수사단장으로 교체하고 광수단 소속 수사관 40여 명을 수사본부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계획이 확정되면 기존 수사본부 인력 88명에 광수단 소속을 더해 130명 안팎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지게 됩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7일 충북경찰청의 112 부실대응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 김태형 기자 flas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