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별도 공간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치소 수용자들이 목욕 시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환경에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A구치소 수용자 B씨는 "A구치소가 별도의 탈의실을 운영하지 않아 거실에서부터 옷을 벗고 샤워장으로 이동하고 목욕 후에도 벗은 채로 복도에 나와 몸을 닦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다른 수용자들에게 나체가 공개되고 복도에 설치된 CCTV에도 촬영되는 등 인격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A구치소 측은 "건물의 연한이 30년이 넘었는데 건축 당시부터 탈의실이 설계되지 않아 작업장 샤워장 외에는 탈의실이 없다"면서도 "모든 수용동의 샤워장에 옷걸이가 있어 목욕 전후에 샤워장 안에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일부 수용자가 목욕 시간을 좀 더 갖고자 편의상 거실에서부터 탈의 후 샤워장 안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 불가피하게 CCTV에 촬영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샤워장 내부 옷걸이에 옷을 걸어놓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옷에 물이 튀거나 옷이 떨어져 물에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수 커튼 등의 시설이 전혀 없는 점 ▲목욕 수전이 천장에 달려 있고, 수전 전원은 외부에서만 조절이 가능하여 수용인들이 물의 양, 방향 등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A구치소의 샤워장이 ·착의에 적절한 환경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수용자들이 거실에서부터 탈의 후 샤워장에 가는 것은 '수용자들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짧은 목욕시간' 때문인 것으로 봤습니다. A구치소는 수용자들에게 6~8분의 목욕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구치소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내용의 헌법 제 10조를 침해했다고 본 겁니다.
인권위는 A구치소 소장에게 수용자들이 목욕할 때 샤워실 밖에 별도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