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죽을 걸 알면서도 창문 깼을 것"…오송 버스기사, 눈물 속 발인
입력 2023-07-19 13:10  | 수정 2023-07-19 13:13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버스 기사의 발인이 엄수된 19일 오전 유족이 그의 영정사진을 들고 안치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도우려다 참변을 당한 ‘747 버스를 운행한 기사의 발인식이 오늘(19일) 엄수됐습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쏟아져 들어온 6만t의 물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7대가 잠기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버스는 지하차도 중 터널구간을 거의 빠져나온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궁평리 쪽에서 지하차도에 들어왔다가 터널을 나와 오송리 쪽으로 향하다가 쓰나미처럼 지하차도로 밀려드는 미호강 흙탕물에 발이 묶여 침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시내버스 기사의 발인이 엄수된 19일 오전 그의 어머니가 운구차에 실린 관 위 엎어져 오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 25분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날 발인 전 엄수된 마지막 제사에서는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습니다. 3일 동안 빈소를 함께 지킨 그의 동료들은 지친 몸을 곧게 세우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A 씨의 노모는 아들아 어디를 가냐. 날 두고 어딜 가...”라며 운구차에 실린 그의 관 위에 엎어져 흐느껴 울었습니다.

A 씨의 35년 지기 친구인 B 씨는 그를 회상하며 사고 당시 친구가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트릴 테니 탈출하세요라고 했다던데, 그 사람은 정말로 승객들이 다 나가는 걸 보고 제일 마지막에 탈출했을 사람”이라며 죽을 걸 알면서도 그러고 있었을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래 택시기사였던 A 씨는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던 친구 최 모 씨의 추천으로 이 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벽 5시 반 출근 시간에도 매일 3시부터 나와 사무실을 정리하고 마당을 쓸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A 씨는 궃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성격에 회사에서 금세 인정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를 받아 베테랑들만 몬다는 747 버스를 몰게 됐습니다.

친구 최 씨는 747번 버스는 외지인들을 싣고 청주공항과 오송역 사이를 오가는 노선이라 회사의 얼굴과 같은 버스였다”며 그 버스는 그가 살아온 삶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게 죽음으로 이어졌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어 침수된 도로를 피해 지하차도로 들어갔다고 그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이만큼 승객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걸 알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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