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구같은 선생님'·'새신랑'…'오송 지하차도' 희생자 빈소에 추모 잇따라
입력 2023-07-16 17:49  | 수정 2023-07-16 17:54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 침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 바닥에 황토색 물이 들어차 있는 모습입니다. / 사진=연합뉴스(독자 제공)
유족 측 "후진국형 인재가 분명하다"
"장례 마치면 정식으로 문제 제기할 것"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에서 희생된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숨진 30세 남성 김 모 씨가 지난 5월 결혼해 신혼 생활을 하던 새신랑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어제(15일) 지하차도에서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면서, 지인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공기관 필기시험을 앞둔 처남을 청주 자택에서 KTX 오송역에 바래다주려던 김 씨는 처남과 함께 이동하다가 지하차도에 갇혀 사고를 당했습니다.


차 안으로 물이 차기 시작한 뒤 김 씨는 처남과 차에서 빠져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둘은 그 뒤로 밖으로 헤엄쳐 나오려고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겨우 밖으로 빠져나온 처남은 뒤를 돌아봤지만, 매형 김 씨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실종되고 한 시간이 지나 구조된 김 씨는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김 씨의 장례를 치르는 빈소에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지인들의 발길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김 씨는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그가 가르치던 제자들도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조문하러 온 그의 제자 한 명은 "평소 고민도 잘 들어주고,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다. 너무 가슴 아프다"면서 그를 애도했습니다.

그의 동료 교사는 "교직을 천직으로 여겨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한 동료였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김 씨의 어머니와 남편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그의 아내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조문객들을 맞았습니다.

유가족 대표라는 한 유족은 "물이 그렇게 쏟아져서 들어올 때까지 지하차도 통행을 막지 않고, 강이 넘칠 것 같은데 인부 서너 명이 중장비도 없이 모래포대를 쌓고 있었다니…"라면서 "이번 사고는 분명한 후진국형 인재"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장례가 끝나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앞서 어제 아침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지하차도가 잠기면서 시내버스를 포함해 차량 15대가 침수됐습니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사람들 가운데 지금까지 9명이 구조됐지만, 김 씨를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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