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버스에 물 찬다, 창문 깨라고 하는데…" 친구들과의 마지막 통화
입력 2023-07-16 16:06  | 수정 2023-07-16 16:11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전판 위치, 지상에 올렸어야…물 차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 이해 안 돼"

15일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24살 조카 A 씨를 잃은 이경구(49) 씨가 "당국의 '둑이 터져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용납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는 15일 오후 3시쯤부터 이날 오전까지 침수 현장에서 A 씨를 기다렸지만, 끝내 A 씨가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유족 등에 따르면 A 씨는 오랜만에 여행을 가기 위해 친구와 오송역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탔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A 씨는 먼저 오송역에 도착한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라고 말했고,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이 씨는 "여성 2명이 통유리를 깨고 버스에서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조카가 탔던 버스는 원래 해당 지하차도를 지나지 않는 노선이다. 침수지역을 우회하느라 지하차도로 들어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급하게 바뀐 버스 노선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청주 버스 747번은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 사이를 오가는데, 해당 지하차도 위의 고가도로를 지납니다.

이 씨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미흡한 장마 대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지하차도에 배수펌프가 있는데, 비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라며 "배전판 위치를 지상에 올리든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하차도를 지을 때 제방의 높이 등을 고려할 텐데, 그걸 감안하지 않고 물이 차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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