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구하려 집 들어갔는데 토사 덮쳤다"…영주 산사태 부녀 비극
입력 2023-07-16 14:06  | 수정 2023-07-16 14:08
15일 집중 호우로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 산사태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사촌 동생 "형님이 딸 구하려 했으나 집 안에 흙이 가득 쌓여 문 안 열렸다고 했다"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지금까지 많은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6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이날 오전 7시 27분쯤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67살 김모 씨가 숨졌고, 집에 있던 25살 첫째 딸도 아빠와 함께 변을 당했습니다. 엄마인 정모(58) 씨만 가까스로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돼 기독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16일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은 황망한 사태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빠 김 씨의 친형(71·경기 부천시)은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이게 진짜 일어난 일이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습니다. 김 씨의 둘째 딸(23)도 '입원 중인 엄마가 심리적으로 아주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사촌 동생 김 씨는 "형수(정 씨) 말로는, 형님이 딸을 구하려 했는데 집 안에 흙이 가득 쌓여 문이 안 열렸다고 한다"라며 "그러다 순식간에 토사에 휩쓸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산사태를 목격했다는 숨진 김 씨의 친구 박모(67) 씨도 유족과 비슷한 취지의 사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토사가 덮치기 전, 낙엽 등 이물질이 쌓인 집 앞 도랑을 정비하며 지인과 대화 중이었던 김 씨는 갑자기 '콸콸' 소리와 함께 산에서 흙탕물과 함께 토사가 쏟아지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씨는 "그러자 친구가 불편한 다리를 끌면서 집으로 달려갔다"라며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창고 하나를 친 뒤, 대각선 아래에 있던 친구 집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는데, 그쪽이 큰딸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친구가 집 문을 열기도 전에 토사에 휩쓸렸다"라면서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며 "친구랑 있던 지인은 도로 쪽으로 피신해 목숨을 구했는데, 친구는 가족 구하려다 피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사망한 김 씨 부녀 유족들은 집이 산사태로 뜯겨 나가 둘째 딸과 엄마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에 영주시는 대책지원반을 꾸려 피해 입은 시민에 지원 가능 예산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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