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를 타고 항구에 도착한 승객들이 약 80마리의 고래가 도살되는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앰배서더 크루즈 라인' 승객들이 지난 9일 덴마크령 페로제도 수도인 토르스하운 항구에 도착했을 때 바다가 고래의 피로 물든 처참한 장면을 마주해야 했다고 현지 시간으로 지난 13일 전했습니다.
당시 현지 어부들은 모터보트와 헬리콥터를 활용해 고래들을 해안가로 몰아온 뒤 도살하고 있었습니다.
이 크루즈 업체는 앞서 지난 2021년 9월 이 업체는 돌고래 사냥 축제와 관련해 페로제도 측에 당혹감을 표시하고 영국 환경단체와 함께 고래 사냥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업체가 해마다 이맘때 고래 사냥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잔인한 도살 장면을 승객들이 보지 않도록 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15일 페로제도에서 사냥당한 고래 / 사진=해양보호단체 씨 셰퍼드
업체 측은 이에 "우리 승객들이 항구에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져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면서 "배에 타고 있다 끔찍한 장면을 보게 된 모든 분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고 성명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북대서양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작은 섬 18개로 이뤄진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해마다 이맘때 고래를 대량으로 도살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으로 사냥한 고래를 축적했지만, 더 이상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까지 이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고래 수십 마리를 해변으로 몰아 날카로운 도구로 사냥하는 페로제도의 전통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기도 하는데, 해마다 사냥철이 되면 바닷가가 고래 피로 붉게 물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이 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15일 페로제도 정부 측은 어제 두 번의 대규모 사냥이 있었고 각각 266마리, 180마리의 고래를 사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전통이 논란이 되자, 고래는 수 세기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의 양식이 됐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외국 동물보호단체 등이 지역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되레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도 국내법을 지키며 되도록 고래들을 덜 고통스럽게 사냥하고 있다”면서 페로제도 인근에만 10만 마리에 달하는 고래가 사는데 우리들이 잡는 것은 수백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속가능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해양환경 보호단체인 씨 셰퍼드는 지난해 페로제도의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현장에서 고래가 피를 흘리면서 죽는 모습을 보며 웃거나 농담을 던진다. 관광객들은 죽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면서 올해 가장 끔찍한 모습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 고래가 엄마 뱃속에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