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로 부르며 과일 깎도록 지시
몸 아프다고 거절했음에도 전화까지 걸며 참석 강요
몸 아프다고 거절했음에도 전화까지 걸며 참석 강요
"회장님 호출인데, 잠깐 와서 애교 좀 부리고 가지?"
서울의 한 파출소장이 지역 유지와의 식사 자리 등에 여경을 불러내 접대 및 비서 역할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KBS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위 A 씨는 지난 4월 파출소장으로부터 ‘식사 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식사 자리에 나가 80대 남성을 소개받았습니다.
파출소장은 이 남성에 대해 관내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새마을금고에 돈을 많이 저축해 저축해둔 돈으로 생활하는 지역 유지로, 지역 행사 등에도 기부금을 내왔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출소장은 A 경위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권유했습니다. A 경위가 이를 거부했지만 촬영은 강행됐습니다. 이 남성은 A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A 경위는 파출소장에게서 또 다시 연락을 받았습니다. 파출소장은 A 경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장님의 호출이다. 사무실에 잠깐 왔다 가라”고 했습니다.
A 경위가 몸이 아프다며 거절하자 파출소장은 전화를 걸어 우리 회장님께서 승진 시켜준대. 똘똘하게 생겼다고. 너무 칭찬 많이 하셔. 빨리 와서 사진만 좀 가져가라신다”고 강요했습니다.
파출소장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나간 식당 복도에는 이전 식사자리에서 찍었던 사진이 비슷한 사진들과 함께 전시돼 있었습니다.
파출소장은 또 근무 시간 도중 A 경위를 불러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했습니다. A 경위는 소장과 단둘이서 암벽 등반까지 해야 했습니다.
A 경위는 결국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습니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파출소장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해당 경찰서 측은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A 경위가 이미 병가를 냈다며 2개월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참다 못한 A 경위는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고 피해를 폭로한 지 반나절가량 지난 7일 오후에야 파출소장은 다른 보직으로 발령됐습니다.
해당 파출소장은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