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장 잇단 기각에 검찰 '부글부글'…"당혹감 넘어 황당"
입력 2023-07-11 21:30  | 수정 2023-07-12 09:40
전직 보디빌더 A 씨 / 사진 = 연합뉴스
'무차별 폭행' 전직 보디빌더·'5억 부당 이득' 애널리스트 영장 기각
검찰 내부 "공감 능력 부족" 반발 거세
법원, 검찰 영장 청구권 남발 '견제' 입장
영장항고제 도입·발부 사유 구체화 등 대안 거론
'무차별 폭행' 전직 보디빌더·'5억 부당 이득' 애널리스트 영장 기각 이유는?

지난 5월 인천의 한 아파트 상가 주차장에서 전직 보디빌더 A씨가 30대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주차 문제로 시작된 말다툼이 폭행으로 이어졌는데, 피해 여성은 갈비뼈 골절 등으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인천지법은 지난 10일 이를 기각했습니다.

"피의자의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와 증거 수집 현황,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서울남부지법도 약 10년에 걸쳐 미리 사둔 주식 종목을 매수하라고 추천해 5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증권사 애널리스트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혐의가 무거운 것은 인정했지만,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공감 능력 부족한가" vs "영장 청구권 남발 막아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청구하면, 법원이 발부 여부를 판단합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추정의원칙과 불구속수사원칙이 적용되지만, 혐의가 무거운 피의자들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는 것에 경찰과 검찰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돕니다.

잇단 영장 기각 사실을 접한 검찰 관계자는 "당혹감을 넘어 황당할 정도"라며 "피해자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판사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한탄했습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법관들도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법원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영장을 막기 위해 압수수색영장 대면심리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오히려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도 어제(지난 11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장항고제 도입·발부 사유 구체화하려면 '법' 바꿔야

법조계에서는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줄이려면 영장이 기각됐을 때 상급 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영장항고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대법원 전경 / 사진 = 연합뉴스
또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구속 사유가 추상적이고 제한적"이라며 "현재 보충적 고려 사항에 그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 구속사유로 바꾸는 등 사유를 더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런 대안들은 모두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우선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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