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숨지게 한 뒤 블랙박스 영상 삭제한 택배기사, 구속영장 기각…왜?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 없어"

한 40대 택배기사가 심야시간 도로에 앉아있던 10대를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뒤 차량 블랙박스 영상까지 삭제했으나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를 받는 47살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 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0시 55분쯤 파주시 목동동 왕복 8차로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1톤 트럭으로 19살 B 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습니다.

사고 직후 A 씨는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머리를 크게 다친 B 씨는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해당 도로는 횡단보도가 없는 곳으로, B 씨는 중앙분리대 근처에 앉아 있다가 차에 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입건했으나, A 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은 모두 삭제돼 있었습니다.

A 씨는 "당시 차로 친 기억이 없을뿐더러 사고와는 별개로 블랙박스 영상을 주기적으로 포맷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A 씨가 충분히 사고를 인지했을 것이란 판단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기각됐다"며 "블랙박스 복원 영상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조만간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블랙박스 영상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