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범죄 5년 간 2,800여 건... 매일 1건 이상 발생 꼴
포털 사이트에 '불법촬영'이나 '몰카'라고 검색어를 넣어 보면 하루가 멀다고 사건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강원도 홍천의 한 워터파크에서는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20대들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또 지난 4일에는 경기 수원의 한 고등학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여고생들을 불법 촬영한 중학생 A군이 검찰로 넘겨졌는데, A군은 무려 한 달 여간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여자 화장실에 휴대폰을 숨겨 놓고 불법 촬영을 하려던 20대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처럼 장소 불문하고 잇따르는 불법 촬영 범죄는 최근 5년 간 무려 2,800여건에 달합니다. 날마다 1건 이상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한 꼴입니다. 이미 "불법촬영은 영혼을 파괴하는 반문명적 범죄"라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지도 벌써 5년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근절은 요원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솜방망이 '처벌' 사라지는 추세라지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5개 법원이 진행한 불법 촬영 범죄 즉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한 1심 판결문 360건 가운데, 징역이 선고된 건 41건으로 11.1%에 그쳤습니다. 가장 많은 건 전체의 54.1%로 200건을 차지한 벌금이었는데요. 가벼운 처벌이 늘 도마에 올랐는데, 그나마 다행이도 대법원이 지난 2021년 불법 촬영 양형 기준을 강화한 뒤 범죄 의도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호기심에 했다더니...불법 촬영 재범률 74%
불법 촬영범 다수를 잡아 조사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범인은 불법 촬영으로 걸리면 내용물 확인까지는 '안 찍었다'고 십중팔구 부인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호기심에 그랬다"며, "어디에 올리지 않았으니 한 번만 봐 달라는 변명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성범죄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 가운데 불법 촬영 재범률이 가장 높았는데, 무려 74%에 달했습니다. 이는 폭력의 3.66배, 살인의 10배 정도 높은 수치인데, 적발되지 않은 불법 촬영까지 감안한다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변명을 법원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처벌 강화, 불법 촬영 기기 유통 단속 강화 이뤄져야"
결국 지금보다는 더 엄격한 처벌이 불법 촬영 근절로 가는 길일 수 있습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불법 촬영은 도박처럼 중독되는 범죄"라며 "국민 법감정에 맞는 판결로 모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이은의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 상업적 목적의 유포가 아닌 경우 범죄 의도를 경미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비교했을 때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나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신상이 가해자에게 공개될까 두려워 손해배상 소송도 꺼리는 경우가 다반사고, 혹시나 유포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속에 알음알음 유포를 막는 서비스 업체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불법 촬영을 돕는 기기 유통 단속 강화도 따라야 할 겁니다. 현재 국회에는 불법 촬영에 악용될 수 있는 카메라의 제조ㆍ수입ㆍ판매ㆍ임대 허가제를 도입하고 유통 이력을 추적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이 2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라는데요. 하루 빨리 통과를 알리는 경쾌한 의사봉 소리를 듣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