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한×야마시타 토모히사×아라키 유코
한일 합작 영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작품”
한일 합작 영화
한국 로맨스 영화 거장인 이재한 감독과, 일본 대표 배우 야마시타 토모히사와 아라키 유코가 한·일합작 영화
영화
2000년대 초반, 애칭 ‘야마삐로 불리며 한국 팬들에게도 사랑받은 만능 엔터테이너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6년 만에 로맨스 영화에 도전했다. 그는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앓는 만화가 신지 역을 맡아 감정의 변화를 다채롭게 표현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그려낸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린 배우 아라키 유코는 선천적 청각 장애를 가졌지만 사랑스러운 특유의 매력을 지닌 히비키를 연기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 이들을 둘러싼 감정선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여기에 이재한 감독의 영상미가 더해지며 클래식한 멜로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지난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간담회 현장에서 두 배우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시사회에서 한국 팬들과 만남, 오랜만에 한국 방문, 그리움 느낀 시간”
영화 ‘SEE HEAR LOVE 스틸컷(사진 COCCS코크스 제공)
Q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 제작진과 협업을 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일본 제작진과 다른 점 등이 있었는지. A (야마시타 토모히사)(이하 야마시타) 매일 잠잘 시간도 없이 힘들었던 촬영 현장이었는데, 한국 스태프 분들이 매일 조금씩 일본어 단어를 외워 오셔서 재미있게 해주시는 등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줬다. 이러한 모습이 정열적이었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 전력을 다해주셨다. 한국 스태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라키 유코)(이하 아라키) 언어적인 부분이나 렌즈 사용 방법 등 사소한 여러 가지 차이가 있었을지 몰라도, 작품을 향한 혼이라고 할까.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단결하는 일체감을 느끼며,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즐길 수가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 스태프들이 음식을)잘 드신다는 것?(웃음)을 알 수 있었다.
Q 실제로 눈이 안보이고, 들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야마시타) 역할을 만들며 실제로 시각 장애인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분들께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케인)의 사용법 등을 지도받고, 그분들이 절망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집에서 생활을 할 때도 실제로 눈을 한번 가려 보고 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느끼고, 감각 등을 많이 사용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아라키) 귀가 안 들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귀를 막아도 제 목소리가 들린다던가, 소리가 느껴졌다. 물속에 들어가 귀가 안 들리는 체험을 해보기도 하고, 수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귀가 안 들리면 어떤 식의 동작을 하게 되는지 이런 부분들을 확인하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귀가 안 들리는 분들의 눈의 움직임은 (비장애인과) 다르다. 눈을 통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는지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했고, 시선에 많이 신경 쓰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Q 아시아 전역을 돌며 투어 중이다. 한국 관객들과 만난 소감이 궁금하다.
A (야마시타) 한국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패션, 문화, 음악 등 여러 가지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을 한다. 영감도 많이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사는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아침에 시사회가 있었는데, 팬 분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굉장히 행복했고 기억에 남는다.
(아라키) 저도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기뻤다. 시차가 없고, 기후 날씨도 비슷하다 보니 따뜻함, 그리움 등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작품”
배우 야마시타 토모히사(사진 코크스 제공)
Q 야마시타 씨는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로 컴백을 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야마시타) 원래부터 이재한 감독님의 팬이기도 했고, 저에게도 도전적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일 거라 생각했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아라키 유코 씨와도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촬영 전부터 많은 기대가 되었다.
Q 이번 영화에서 이재한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했다. 감독님의 대표작인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등을 보거나, 참고한 부분이 있는지.
A (야마시타)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처음 본 게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고, 감독님 팬이 되었다. 이번에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시간이 지나 보게 되니 많이 와 닿았다. 감독님과 현장에서 같이 촬영을 하며 ‘레이어라는 의식을 많이 가지려고 했다. 대사 이면에 몇 층의 레이어가 존재했나, 라는 감각을 갖고 촬영을 임하려고 노력했다.
배우 아라키 유코(사진 코크스 제공)
Q 이재한 감독님이 캐릭터를 연기할 때 두 분께 주력으로 준 디렉션이 있는지 궁금하다.A (아라키) 히비키는 고독하고 쓸쓸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께서 종종 활기차게, 힘차게 연기를 해달라 디력션해주셨다. 사소한 표정의 변화에 대해서도 잘 캐치를 해주셔서 연기가 더욱 섬세해질 수 있었다. 연기를 디테일하게 지켜봐주시고, ‘믿고 봐주시고 계시구나 느낄 수 있었다.
(야마시타) 신지를 연기하며 손의 움직임 등에 대해 고민을 했다. 신지는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손을 앞으로 뻗는 행동이 신지의 행동력, 강인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라키 씨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감독님이 섬세한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등 세심하게 봐주시는 스타일이라서 굉장히 신뢰하며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영화 ‘SEE HEAR LOVE 스틸컷(사진 COCCS코크스 제공)
Q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아라키) 저에게는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감독님과 야마시타 토모히사 씨, 제작 스탭 분들과 마음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등이 스스로를 얼마나 강인하게 만드는지, 그것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야마시타) 이 작품은 한일 스태프·관계자 모두의 열정이 담긴 작품이다. 두 나라의 언어, 문화를 뛰어 넘어 인간의 내면적인 코어, 사랑을 표현하고자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팬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영화 ‘See Hear Love 포스터(사진 COCCS코크스 제공)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사진 COCCS코크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