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대 출신 때문에 국내 졸업생 불이익"…법원 '각하'

의사단체 "자격기준 충족못해" 소송
법원 "요건 충족 안돼" 각하
헝가리 의대 출신 국내 의사고시 합격률 82%

국내 의사와 의대생들이 헝가리 의과대학 졸업자들에게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이 정부를 상대로 "외국대학 인증 요건의 흠결을 확인해 달라"고 낸 소송을 각하 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으로, 재판부는 "행정소송법상 적법한 당사자 소송으로 볼 수 없어 부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에 걸쳐 헝가리 소재 의과대학 4곳에 대해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외국 대학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해외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은 경우,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지난해 3월 이들 4개 대학이 입학 자격, 입학 정원, 졸업 요건 등에 대한 학칙을 갖추지 않고 있고 모든 정규 과목의 수업을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기준에 따라 외국인의 입학 절차가 학칙에 규정돼 있고 편·입학시 해당 국가의 언어 사용 능력을 검증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변칙적인 특별반이 없는 외국 대학에만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헝가리 정부는 한국 유학생에게 '자국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부 의사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수련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 당하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최근 헝가리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의사 면허를 따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외국 의과대학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및 합격 현황' 자료를 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23년 동안 외국 의대 출신 국가별 의사국가고시 응시자는 총 409명이었으며 이 중 247명이 합격해 전체 합격률은 60.4%였습니다.

국가 별 응시자를 보면 헝가리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 106명, 우즈베키스탄 38명, 영국 23명, 독일 22명, 호주 18명, 미국 15명, 파라과이 12명, 러시아 11명, 일본 6명, 우크라이나 5명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응시자들의 합격률을 보면 헝가리는 98명으로 82.35%에 달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로 응시자가 많았던 필리핀의 경우 합격자는 19명으로 17.92%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헝가리 의대 출신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가능성이 높다 보니 2015년 1명에 불과했던 헝가리 의대 출신 응시자는 2016년 8명, 2017년 7명 등에 이어 2018년 17명, 2019년 13명, 2020년 16명, 2021년 20명, 2022년 19명, 2023년 18명 등 두 자릿수로 크게 늘었습니다. 반면 필리핀 출신 응시자는 2009년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