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장 "40여년 전 사우나에서 팔며 시작…건강상 이유로 문 닫는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짝지근한 맛이 좋아서 자주 찾아왔는데, 이제 영영 못 먹는다니 너무 아쉽네요."
전북 전주의 명물 '오선모옛날김밥'이 오는 30일 영업을 종료합니다.
40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오선모 사장이 가게 문을 닫기로 한 것은 허리 협착증과 관절 통증 등 건강상의 문제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당근으로 꽉 찬 오선모옛날김밥을 더 이상 먹지 못한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한 달 전부터 김밥집 골목 앞은 영업시간인 오전 5시가 되기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영업 종료 3일 전인 어제(28일)도 손님들 수십 명이 4시간 넘게 김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 시간을 기다린 손님들은 김밥을 마는 사장을 향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건네고 김밥집을 떠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끔 먹고 싶을 것 같은데 어떡하냐', '사장님 집에 가서 김밥을 먹으면 안 되냐'며 아쉬움 담긴 투정을 부리는 손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에만 수 시간이 걸리면서 중고 애플리케이션에 '김밥 2줄을 3만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게 벽면 곳곳에는 김밥을 재판매할 경우 불법이라는 완산구청의 경고장이 붙어있었습니다.
오선모 옛날 김밥/사진=연합뉴스
오선모김밥의 역사는 40여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0년 전 오선모 씨는 정성스레 싼 김밥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사우나나 남부시장 등을 돌며 팔았습니다.
이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상산고등학교 주변에서 김밥을 팔다가 2015년쯤 한 방송에 간판도 없는 주택가 김밥집으로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뒤 현재 위치인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의 한 골목길에 식당을 내고 오 씨가 그의 자녀와 함께 영업을 이어왔습니다.
햄이나 맛살 같은 재료 없이 당근과 계란, 단무지로만 맛을 낸 이 김밥은 지역 명물이 됐습니다.
전주 시내에 당근을 주재료로 한 김밥집들이 생겨나기까지 했습니다.
"상표를 팔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왜 팔지 않느냐", "체인점을 내시는 건 어떠냐"는 손님들의 질문에 오 사장은 "그런 사람들이 100명도 넘게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너무 지쳤다, 오늘도 김밥 마느라 힘들어서 더 이상 대답을 못 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가게 한 쪽에는 오 사장의 자필로 쓰여진 "그동안 전국에서 멀리까지 찾아주시고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영업 운영이 어려워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이 가게의 단골이던 전양수(51)씨는 "인근에서 펜션을 해서 숙박객들한테 전주 맛집으로 자주 추천했는데, 당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맛있다면서 참 좋아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체 주문이 있는 날이면 자정부터 나와서 하루 종일 김밥을 마느라 사장님이 손목이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했었다"며 "문을 닫고 나면 이 김밥이 참 그리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