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냉장고 영아' 친모 "세 아이 걱정에 자수 못 해"…자필 편지
입력 2023-06-29 08:57  | 수정 2023-06-29 09:14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없이도 밥 먹을 수 있게 알려주고파”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 것”
영아살해→살인죄 혐의 적용 검토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인 30대 친모의 자필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사건 피의자 고 모 (35)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저는 수원 영아 사건의 친모입니다”로 시작하는 한 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중앙일보 측에 보냈습니다.

고 씨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11월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의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습니다. 이미 12살, 10살, 8살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고 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또 임신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씨는 편지에서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죽은 아기들이) 매일 매일 생각났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정리하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해 시간을 벌려고 했다”며 제가 당연히 구속될 거라는 생각에 남은 아이들에게 엄마 없이도 밥이라도 챙겨 먹을 수 있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고 씨는 아이들 친구에게 연락이 오는데 과도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달라”라며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게다.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며 편지를 끝맺었습니다.

앞서 지난 27일 고 씨는 넷째 아기를 출산하기 전 한 차례 낙태 수술을 받았고 이때 비용 부담을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고 씨는 (낙태) 수술비가 250만 원이었다.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남편에게도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겼다”고 밝혔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출산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고 씨에 대해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우발적 범행이라 보기 어렵고, 자녀 2명을 잇달아 살해한 점을 볼 때 엄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검찰과 협의 중입니다. 경찰은 이번 주 내 고 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확정해 송치할 전망입니다.

형법 251조(영아살해)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양육할 수 없다고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살인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감경 요소가 있는 영아살해죄보다 형이 무겁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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