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평가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기관…교육부 감사 대상 아냐"
'감사 사각지대' 수능…정답 바뀐 출제 오류 문항만 9개
'감사 사각지대' 수능…정답 바뀐 출제 오류 문항만 9개
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에서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민적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그동안 수능과 관련한 감사를 사실상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27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평가원 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최근 10년간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총 5차례 감사를 받았습니다.
이 중 수능 혹은 출제위원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10년간 이뤄진 5차례 감사 중 4차례는 특정한 업무에 한하여 실시된 '특정 감사'로 △공공기관 채용실태(2021년) △중등교사 임용시험 출제 관리 실태(2019년) △공공기관 채용실태(2017년) △법인카드 사용실태(2014년) 등이었습니다.
2017년에 평가원 전반을 들여다보는 종합감사를 실시했지만 수능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평가원 자체 감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의원실이 받은 '평가원 자체 감사 현황'에 따르면 평가원은 최근 5년간 총 10차례 자체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수능 관련 감사는 없었습니다.
한 번 있었던 수능이 언급되는 감사도 본질적으론 보안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2020년 자체 감사 때, 2020학년도 수능 직후 전국 수험생 312명이 평가원 시스템의 취약점을 뚫고 사전에 성적을 조회한 사건을 다룬 것으로 '사전 조회 업무 관련자 문책(3명)'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2019년 자체 감사 땐 '2018학년도 초등임용시험(1차) 문항 배치 오류'가 감사 대상이 됐고 관계자 문책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김희곤 의원은 "전국을 혼란에 빠뜨린 수능 출제 오류가 몇 차례 있었는데 왜 수능만 감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2023.6.1. / 사진=연합뉴스
한편 수능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달 1일 치어진 6월 모의평가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런 주문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감사를 결정했습니다.
교육부는 평가원을 감사한 적이 없었습니다.
국회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평가원에 최근 10년간 교육부 감사 내역을 요청하니 평가원은 "교육부 감사는 해당 없음"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이 교육부 위탁 사업이지만, 평가원 자체는 국무조정실 산하 기관이다. 교육부 감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감사 계획도 교육부 단독이 아니라, 총리실 주관으로 합동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1.12.15. / 사진=연합뉴스
1994년 시행 이래 수능이 감사 사각지대에 있는 동안 출제 오류 사태는 반복됐습니다.
2004학년도 언어 17번(복수 정답으로 정정),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전원 정답으로 정정) 등 정답이 바뀐 출제 오류 문항만 9개입니다.
이를 책임지고 사퇴한 원장만 7명입니다.
2022학년도 생명과학 Ⅱ 20번 문항(유전학 관련) 오류 사태 때는 평가원 간부가 참여한 학회에 의견을 묻고 "문제없음"이란 결론을 내려 '셀프 검증'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수험생 손을 들어줬고 응시생 6,515명 전원 정답이 인정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수능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엔 평가원의 구조적 문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