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우리 정부와 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사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판정문을 공개했습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과 주주들의 손해 사이 인과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오늘(23일) 법무부는 PCA 중재판정부의 판정문을 분석한 자료를 냈습니다.
법무부 설명을 종합하면 중재판정부는 관할 성립 여부와 한-미 FTA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판정에 따라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5,358만 6,931달러(환율 약 1,288원 기준 약 690억 원)입니다.
이자는 2015년 7월 16일부터 연복리 5%로 적용됐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은 우리 정부에 법률비용 345만 7479.87 달러(약 44억 5000만 원)를 지급하고, 우리 정부는 엘리엇에 2,890만 3188.90달러(약 372억 5,000만 원)를 지급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할 총 금액은 약 13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중재판정부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확정 판결문을 인용하며 국민연금이 사실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캐스팅 보트를 가졌다고 봤습니다.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한 겁니다.
또,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우리 정부에 귀속된 기구로 보고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가 기구로 판단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순수한 상업적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곧 국가의 '조치'로 인정하기 어렵고, 문 전 장관 등의 행위와는 별개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심의·표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약 11%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 의결권만으로 이 사건 합병이 의결됐다거나, 그로 인해 엘리엇 측에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엘리엇 측은 이와 달리 국민연금이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케스팅보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 주식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손해액 산정 방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엘리엇 측은 합병이 부결됐다면 실현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최조 제기 당시 약 7억 7.000만달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엘리엇 청구 금액의 약 7%(5,358만 6,931달러)만 인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재판정부는 본건 합병 관련 국내 형사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한-미 FTA상 최소기준대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미 FTA는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포함한 국제관습법상 외국인에게 인정되는 대우를 최소기준대우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본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본 사건의 판정문은 양 당사자가 보호 정보로 지정한 비밀정보의 비공개처리를 거쳐 PCA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이상협 기자 lee.sanghyub@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