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디어워치 소송 이어 시민단체 대표에도 배상 판결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67) 세종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며 시민단체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오늘(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7단독 박창우 판사는 호사카 교수가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등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 적시와 모욕성 발언들로 인해 학자로서 원고가 갖는 인격권이 침해됐다"라며 "정신적 고통에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대표 등은 2020년 11월∼2021년 8월 집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호사카 교수의 저서 '신 친일파'와 관련해 그를 비난했습니다. 이들은 호사카 유지 교수가 재직 중인 세종대학교 앞에서 '일본정부와 일본군,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조선 여인을 집단 성폭행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내용을 주장하는 집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또 이들은 호사카 교수가 근거 없이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하며 한일관계를 이간질했다거나, 일본군이 위안부 대상에서 일본인 여성을 제외했다고 썼다는 등의 주장을 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모욕했다며 총 8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호사카 교수가 근거 없이 강제 동원을 주장하지 않았고, 일본인 위안부의 존재도 저서에서 언급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피고들이 일부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모욕성 발언도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일부 사례는 명예훼손 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는 개인별로 다를 수 있고 표현이나 사상의 자유 관점에서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다"라며 배상액을 정했습니다.
앞서 호사카 교수는 올해 2월 같은 사안과 관련해 인터넷 매체 '미디어워치'와 김 대표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했습니다.
한편 극우성향 매체 미디어워치는 지난 2021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등을 초청해 위안부는 가짜라고 주장했던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반박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준비하는 하버드대 법대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이를 거부하라는 메일을 보내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들에게 미디어워치는 '하버드에서 열리는 가짜 위안부의 '증언 쇼'를 보이콧 하십시오'라는 제목의 메일을 통해 "하버대가 이용수라는 사람을 초청해 '위안부 역사 부정 뒤집기'라는 행사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용수 할머니는 '가짜 위안부'"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