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문항, 대학 3학년이 배우는 수준"
"美 SAT도 만점 많아, 물수능 논란 의미없다"
"美 SAT도 만점 많아, 물수능 논란 의미없다"
'수능 킬러 문항'에 대한 대통령의 비판이 나오게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이 "공부 모임에서 어느 변호사가 수능 문항을 올리면서 '이거 참 어렵다'해서 (문항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습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은 19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통해 2020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 출제된 초고난이도 문제를 재차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2020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40번 문항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다룬 경제 지문을 읽고 풀어야 하는 문제였는데, 지문에 제시된 BIS 비율 계산식에 따라 비율을 직접 계산해야 풀 수 있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선뜻 국어 문제로 보이지 않는 '킬러 문항'이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BIS 비율은 꽤 전문적인 용어다. 이를 알려면 자기자본이니 위험 가중 자산이니 이런 것들에 좀 익숙해져야 되고 그것도 바젤 1, 2, 3 협약에 따라서 조금씩 또 달라진다"며 "이거를 고등학교 졸업생한테 국어시험에 내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보통 대학 3학년 때 화폐금융이론을 배우는데, 거기에 나온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어 또 다른 킬러 문항을 언급하면서 "우리 재무학회에서 이런 건 정답이 없다고 한 문제도 있었다"며 "그것도 언어영역 문제로 채권 투자에 관한 문제를 냈는데, 그런 걸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모인 한국재무학회에서 이 문제는 답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자기 능력을 키우는 거 아니겠느냐. 능력을 키워야 돈도 벌고 부도 축적하는 거 아니냐"며 "그런데 부자들은 좋은 교육을 받아서 좋은 능력을 얻고,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이런 능력을 못 가진다면 계층 간의 화합이 이루어지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사교육에 의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교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의 표명 등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혼란스러운 모양새가 빚어진 것에 대해선 "만약 빠른 시일 내에 대학 입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 이런 개혁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빨리 나올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교육 정책을 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이나 또는 이런 수능 문제를 관리하는 교육과정평가원 이 두 기관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수능 난이도를 교과 과정 안에 맞춘다고 했을 때 사실상 변별력이 부족한 물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미국에는 대학 입학 자격 시험 'SAT'가 있는데 만점이 엄청 많이 나온다. 이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학생을 뽑는다. 그렇기에 입시 전체에서 미국식 SAT 방식을 생각하면 물수능이니 뭐니 하는 의미가 없다"면서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가지고 변별할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얘기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교육을 좀 더 정상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극소화하자는 게 기본 취지"라며 "교육부가 이 뜻을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충분히 전달 못한 책임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수능 킬러 문항'과 관련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