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복제인간이 현실로?…정자·난자 없이 인공 '인간배아' 만들어냈다
입력 2023-06-18 14:28  | 수정 2023-06-18 14:50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교수가 공개한 인공 배아 모델. /사진=연합뉴스
배아 줄기세포로 합성 인간배아 제조
"뚜렷한 윤리적·법적 지침 마련해야" 지적도

미국과 영국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해서가 아닌, 줄기세포만으로 인간의 합성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법적·윤리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막달레나 제르니카 괴츠 교수의 연구진이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연례 회의에서 이같은 '인간 합성 배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제르니카 괴츠 교수는 이 회의에서 "우리는 (배아 줄기) 세포의 재프로그래밍으로 인간 배아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학술지 게재 승인 절차는 마친 상태입니다.

이날 회의에서 제르니카 괴츠 교수는 연구에서 배양한 인공 배아가 자연 배아의 14일에 해당하는 발달 단계를 약간 넘어서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아 줄기세포에서 키워낸 모델 구조가 낭배 형성의 초기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는 쥐의 줄기세포로 초기 단계의 뇌, 심장, 창자 등을 갖춘 인공 배아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셀'에 내놨고, 곧이어 제르니카 괴츠 연구팀도 생쥐 인공 배아를 뇌와 장기 발달 생성 단계까지 발달시켰다는 연구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습니다.

이후 이같은 연구를 인간 모델로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인간 배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당장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1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됐습니다.

낭배형성은 태아 발생 과정에서 세포 분열과 증식을 거듭하며 세포층을 형성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때 형성된 내배엽·중배엽·외배엽은 각 기관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연구진 모델에는 난자와 정자의 전구세포(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전 단계 세포)인 원시 세포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적으로 연구실에서 배아를 배양할 수 있는 기한은 14일까지이며, 이후에는 임신부 검사 촬영본을 관찰하거나 기증된 배아를 연구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연구실에서 인간 배아 모델을 만들어 내는 동기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번 연구가 윤리적·법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생명과학 분야의 빠른 발전 속도를 법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기술의 과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나 그만큼 뚜렷한 윤리적, 법적 경계가 시급하게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배양한 인공 배아는 현행법의 범주를 벗어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인공 배아 연구 관리 감독을 위한 자체 지침을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실정입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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