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카들 상대로 범행…비난 가능성 높지만 미수에 그친 점 참작"
누나가 숨진 뒤 조카들에게 상속된 아파트를 자신의 것이라고 속여 가로채려던 7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오늘(17일) 대전지법 형사7단독은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79)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자신의 큰누나인 B씨가 숨진 뒤, 자신이 살고 있던 시가 5억 원 상당의 아파트가 조카들에게 상속될 상황이 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A씨는 같은 해 8~10월 조카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문자 메시지와 편지를 보내 "사실 이 아파트 소유자는 너희 엄마가 아니라 나와 형제들"이라며 "상속받게 되면 엄마가 진 빚과 함께 아파트 전세 보증금까지 내줘야 하니 나에게 소유권 등기를 이전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주장과 달리 B씨에겐 채무가 없었고, 해당 아파트는 전세 계약도 체결돼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A씨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내게 증여하기로 했고, 명의만 너희 엄마 앞으로 해놨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에 "아파트는 아버지가 상속한 유일한 재산인데, 누나에게 증여한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게도 권리가 있다"면서 조카들을 상대로 '유류분 9,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까지 냈습니다.
법원은 조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부친이 살아있을 때 아파트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해 다른 형제와 싸움까지 벌어진 점 등으로 미뤄 보았을 때, '증여 사실을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조카들을 상대로 재산을 편취하려 해 비난 가능성이 높지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