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물 폭탄이 쏟아진 해였습니다. 중부지방엔 무려 52일 동안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기상관측 사상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장마였습니다.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쏟아진 집중 호우로 주택 파손과 산사태 등으로 전국에서 3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1조 372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1조 원이 넘는 피해액은 2006년 태풍 에위니아와 7월 호우(피해액 1조 8,344억 원) 이후 14년 만에 발생한 1조 원이 넘는 초대형 재산피해였습니다.
올해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백서는 연속으로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재난을 되짚어 보고 피해를 줄일 방법에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편은 산사태입니다.
2020년 8월 3일 오전 10시 37분, 119에 토사가 펜션을 덮쳤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뒤에 있는 야산이 무너지며 토사가 펜션으로 쏟아져 내렸고 펜션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펜션 안에 있던 60대 여성 주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손자 3명이 숨졌습니다.
산사태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가 일시에 붕괴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바로 ‘일시에입니다. 산사태에서 흙이 내려오는 속도는 시속 20km에서 40km로 사람의 걸음걸이로 도망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토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일시에 쏟아지기 때문에 산사태는 예측하기도 대피하기도 어려운 재난이고 커다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 국토엔 산이 많은 만큼 임야를 개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특히 최근엔 산의 비탈면을 주택용지로 개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도의 산지전용 허가 건수는 총 39,744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소규모 주택 관련 개발이 17,640건으로 허가 건수의 약 44%를 차지했습니다. (자료 : 경기연구원) 점점 산에 주택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뜻인데, 산에 주택이 늘면 산사태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산을 주택용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선 급경사지가 생기고 이 급경사지는 산사태 위험을 키웁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주택 뒤편에 옹벽을 설치해도 대규모의 산사태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산림청은 2020년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9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같은 해 행정안전부가 펴낸 '2020년 재해연보'엔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14명으로 적혔습니다. 정부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이 이유는 산림청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절개사면이 약해져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은 산사태가 아닌데도 구별을 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도로변ㆍ공사장 등의 토사 붕괴는 절개지 붕괴라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
실제로 토사가 덮친 곡성의 마을 위에선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폭우로 공사장 옹벽 두 곳이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 토사가 유출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공무원과 공사 관계자를 기소했습니다. 즉 산림청은 곡성에서 발생한 사고는 산사태가 아니라 공사현장의 붕괴라고 본 겁니다.
이 집계 차이와 용어의 논쟁은 산사태 관리의 실태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 산지는 산림청이 관리하고 있지만, 급경사지는 행정안전부에서, 도로 비탈면은 국토교통부에서, 주거지 지역은 지자체에서 담당합니다. 이렇게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산사태 예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산림청은 올해부터 범부처 산사태 위험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림청은 "여러 부처로 분산돼있는 자료를 받았고, 올해부터는 산림청에서 각종 산림뿐만 아니라 절개지, 도로절개지 등에 대한 각종 위험정보를 통합해서 서비스를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명 환영할만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료 취합과 관리에서 그치지 않고 산사태 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통합해 담당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산사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⓵산사태 예보 확인하기
가장 훌륭한 생존 방법은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 대피하는 겁니다. 올해부터 산림청은 산사태 예보 시간을 기존 24시간 전에서 48시간 전으로 앞당긴다고 밝혔습니다. 빠른 예보로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더 확보한다는 것이죠. 산이나 경사지 근처에 사는 주민은 비가 많이 내리면 예보를 잘 확인하고 예보가 발령되면 주저하지 말고 가스를 잠그고 전기를 차단한 뒤 대피해야 합니다. 예보는 아래 사이트나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C :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 https://sansatai.forest.go.kr
스마트폰 : 앱 스토어에서 '스마트산림재해 검색
⓶전조증상이 보이면 대피하기
하지만 예보는 100%는 정확할 수 없습니다. 산사태는 지진처럼 예측하기 힘든 재난 중 하나입니다. 예보가 발령되지 않았다고 해도 아래와 같은 현상이 보인다면 곧바로 대피해야 합니다.
- 경사면에서 많은 양의 물이 흐른다
- 산 허리에 금이 가거나 빈 공간이 보인다
- 바람이 불지 않는데 나무가 흔들린다
- 잘 나오던 지하수나 샘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⓷가장 높은 방으로
산사태가 이미 시작되고 있고 다른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죠.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땐 주택에서 가장 높은 층에 있는 방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또 높은 방 중에서도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있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 면적은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해 약 34%가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사태는 발생할 겁니다. '설마 내가 사는 곳에 산사태가 일어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대피를 망설이면 안 됩니다. 그 망설이는 시간이 나와 내 가족이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올해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백서는 연속으로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재난을 되짚어 보고 피해를 줄일 방법에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편은 산사태입니다.
산사태가 덮친 가평 펜션 (연합뉴스)
폭포처럼 흙이 쏟아지다
2020년 8월 3일 오전 10시 37분, 119에 토사가 펜션을 덮쳤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뒤에 있는 야산이 무너지며 토사가 펜션으로 쏟아져 내렸고 펜션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펜션 안에 있던 60대 여성 주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손자 3명이 숨졌습니다.
산사태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가 일시에 붕괴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바로 ‘일시에입니다. 산사태에서 흙이 내려오는 속도는 시속 20km에서 40km로 사람의 걸음걸이로 도망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토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일시에 쏟아지기 때문에 산사태는 예측하기도 대피하기도 어려운 재난이고 커다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주택 개발지에 발생하는 급경사지 (자료 : 경기연구원)
산에 생기는 소규모 주택
우리나라 국토엔 산이 많은 만큼 임야를 개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특히 최근엔 산의 비탈면을 주택용지로 개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도의 산지전용 허가 건수는 총 39,744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소규모 주택 관련 개발이 17,640건으로 허가 건수의 약 44%를 차지했습니다. (자료 : 경기연구원) 점점 산에 주택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뜻인데, 산에 주택이 늘면 산사태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산을 주택용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선 급경사지가 생기고 이 급경사지는 산사태 위험을 키웁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주택 뒤편에 옹벽을 설치해도 대규모의 산사태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토사가 덮친 전남 곡성 마을 (연합뉴스)
9명과 14명, 사망자 차이 왜?
산림청은 2020년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9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같은 해 행정안전부가 펴낸 '2020년 재해연보'엔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14명으로 적혔습니다. 정부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산림청이 발표한 2020년 산사태 인명 피해 발생지역
2020년 산림청이 집계한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발생 장소입니다. 경기도 4명, 전북과 충남이 각각 2명, 충북이 1명으로 총 9명입니다. 하지만 행안부는 전남에서도 산사태로 6명이 숨졌다고 기록했습니다. 언론 역시 전남 곡성에서만 산사태로 5명의 주민이 숨졌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산림청은 왜 5명이 숨진 곡성 산사태를 집계하지 않은 걸까요?이 이유는 산림청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절개사면이 약해져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은 산사태가 아닌데도 구별을 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도로변ㆍ공사장 등의 토사 붕괴는 절개지 붕괴라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
실제로 토사가 덮친 곡성의 마을 위에선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폭우로 공사장 옹벽 두 곳이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 토사가 유출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공무원과 공사 관계자를 기소했습니다. 즉 산림청은 곡성에서 발생한 사고는 산사태가 아니라 공사현장의 붕괴라고 본 겁니다.
이 집계 차이와 용어의 논쟁은 산사태 관리의 실태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 산지는 산림청이 관리하고 있지만, 급경사지는 행정안전부에서, 도로 비탈면은 국토교통부에서, 주거지 지역은 지자체에서 담당합니다. 이렇게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산사태 예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산림청은 올해부터 범부처 산사태 위험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림청은 "여러 부처로 분산돼있는 자료를 받았고, 올해부터는 산림청에서 각종 산림뿐만 아니라 절개지, 도로절개지 등에 대한 각종 위험정보를 통합해서 서비스를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명 환영할만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료 취합과 관리에서 그치지 않고 산사태 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통합해 담당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
대피를 망설이지 마세요
그렇다면 산사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⓵산사태 예보 확인하기
가장 훌륭한 생존 방법은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 대피하는 겁니다. 올해부터 산림청은 산사태 예보 시간을 기존 24시간 전에서 48시간 전으로 앞당긴다고 밝혔습니다. 빠른 예보로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더 확보한다는 것이죠. 산이나 경사지 근처에 사는 주민은 비가 많이 내리면 예보를 잘 확인하고 예보가 발령되면 주저하지 말고 가스를 잠그고 전기를 차단한 뒤 대피해야 합니다. 예보는 아래 사이트나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C :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 https://sansatai.forest.go.kr
스마트폰 : 앱 스토어에서 '스마트산림재해 검색
⓶전조증상이 보이면 대피하기
하지만 예보는 100%는 정확할 수 없습니다. 산사태는 지진처럼 예측하기 힘든 재난 중 하나입니다. 예보가 발령되지 않았다고 해도 아래와 같은 현상이 보인다면 곧바로 대피해야 합니다.
- 경사면에서 많은 양의 물이 흐른다
- 산 허리에 금이 가거나 빈 공간이 보인다
- 바람이 불지 않는데 나무가 흔들린다
- 잘 나오던 지하수나 샘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⓷가장 높은 방으로
산사태가 이미 시작되고 있고 다른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죠.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땐 주택에서 가장 높은 층에 있는 방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또 높은 방 중에서도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있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 면적은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해 약 34%가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사태는 발생할 겁니다. '설마 내가 사는 곳에 산사태가 일어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대피를 망설이면 안 됩니다. 그 망설이는 시간이 나와 내 가족이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