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당국이 실종된 자국 여객기 사건을 조롱한 코미디언을 체포하도록 인터폴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논란을 빚은 코미디언은 "비극을 조롱한 게 아니다"며 해명했습니다.
14일(현지시각) 영국 BBC,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사건을 조롱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변호사 출신 코미디언인 조설린 차를 선동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싱가포르 태생의 미국 국적인 차의 신분과 현재 거주지 파악을 인터폴에 요청했습니다.
차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코미디 클럽에서 열린 스텐드업 쇼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라이벌 관계를 소재로 다뤘습니다.
차는 싱가포르가 제1세계 국가로 성장한 반면 말레이시아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으로 남아있다고 조롱했습니다.
그는 "내 조국 싱가포르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어려움을 겪던 작은 나라였고, 살아남기 위해 더 크고 강한 나라인 말레이시아와 연방을 결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버렸다며 "40년이 지난 지금 싱가포르는 선진국이 됐는데 말레이시아는 어떠냐? 아직 개도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싱가포르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왜 40년간 싱가포르를 찾지 않았느냐"며 "그러려고 했지만 알다시피 말레이시아 항공기들은 날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2014년 3월 8일 239명을 태우고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사건을 희화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고 당시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 여객기는 중국인 등 승객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인접국들이 4년간 인도양 등지에서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동체를 찾지 못해 '항공 사고 역사상 최악의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탑승자는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상에서 차는 관객들을 향해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은 웃기지 않죠?"라며 "어떤 농담은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착륙하지 않는다'(dont land)란 표현도 썼습니다.
해당 무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건 차 본인입니다.
이 영상이 알려지면서 말레이시아 내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틱톡은 문제의 동영상이 혐오 내용 규정을 위반했다며 삭제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선동, 모욕적 온라인 콘텐츠 발행 등과 관련된 법에 따라 치아의 발언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신원과 위치 확인 등을 인터폴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치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 데 이어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언론 자유와 비판적 목소리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예술가, 공연가, 정치 활동가 등 87명을 기소했습니다.
차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차는 BBC에 "비극과 피해자를 조롱하는 게 아니라 비극을 통해 유머를 찾으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미국에선 과거 9·11 테러를 개그 소재로 사용한 만화가 나오기도 할 만큼 미국인들의 스탠드업 코미디씬은 아시아와 비교할 때 더 거칠고 날카롭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장 관객들을 놀리고 조롱하는 것이 코미디언들에게는 흔한 문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