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 흘리며" 큰 부상입고 필드서 방치된 고교 야구선수…응급 전문인력 없었다
입력 2023-06-14 13:54  | 수정 2023-09-12 14:05
현장에는 구급차와 운전기사뿐…코치 등이 피 닦는 조치만
선수 누나 "동생의 부러진 치아는 가족과 선수들이 주워야 했다"

지난 주말 열린 고교야구 경기 도중 야구 선수 2명이 크게 다쳐 쓰러졌지만, 구장 안에 의료진이 없어 응급조치를 하지 못한 채 20분간 경기장에 방치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그제(12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야구장에서 열린 진영고와 부천고의 주말리그 경기에서 6회 말 진영고 수비 상황에서 외야 뜬 공을 잡으려던 진영고 좌익수와 유격수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대기 중이던 구급차가 경기장으로 들어왔지만, 현장에는 구급차 운전기사밖에 없었습니다.


환자 이송장비가 있음에도 두 선수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20여분간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경기장 내 배치돼야 하는 응급구조사 등 응급전문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KBS에 따르면 사고 당시에는 운전기사와 야구부 코치, 체육 교사가 선수들의 피를 닦는 등 조치만 이뤄졌습니다.

쓰러진 선수들은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고 병원 이송 또한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상에는 관람객들이 "빨리빨리", "뭐 하는 거야!", "응급 치료사가 없는 것 아냐?" 등 다급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부상자 중 한 명인 진영고 A 군은 안구골과 턱 등 얼굴 부위 7군데 골절, 치아 5개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쳐 인공 뼈 삽입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며, 완전 회복까지 2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장을 찾았던 누리꾼 B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수가 크게 다쳤는데 구장 내 의료진을 찾을 수 없었다"며 "피를 흘리며 경련까지 하는 선수를 두고 5분 여를 우왕좌왕하다가 관중석을 향해 119 신고 요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해당 선수의 누나라고 밝힌 한 누리꾼 C씨는 SNS에 "(동생은) 안면 부상이 심하고 아랫니 중 어금니를 제외한 치아가 부러지거나 흔들리고 윗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동생의 부러진 치아는 가족과 선수들이 주워야 했다"며 "지난 11일이 고등학생으로서 첫 선발 경기였고, 의욕을 가지고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하려던 동생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저희 가족은 암담하기만 하다"라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스포츠행사 안전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장에는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전문인 1명이 반드시 배치돼야 합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주말리그 운영을 위해 구급차와 간호사 비용으로 하루 4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응급전문인력의 역할수행'에 관한 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커진 겁니다.

또 해당 매뉴얼은 경기 주최 측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작된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임수혁 사건 발생 이후 23년 후인 현재도 여전히 한국 야구의 한편에선 미흡한 응급 대처 모습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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