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고갑질' 피할 방법은 '사직서 대신 녹음기'
입력 2023-06-11 15:57  | 수정 2023-06-11 16:04
인력 감원 (PG)/사진=연합뉴스
직장갑질119 "스스로 사직서 쓰도록 압박…서명하면 권리 사라져"

"대표가 함께 일하기 힘들겠다며 퇴사를 권유해 저는 계속 근무를 하고 싶다고 말하자, 회사에서 갑자기 제 업무상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해 하는 수 없이 사직서에 서명했습니다."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업주의 거짓말이나 위협 등으로 경황 없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자기 권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잦아 주의가 요구됩니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한 경우 부당해고 구제부터 실업급여까지 권리를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관련 법과 절차를 잘 모르거나, 사업주의 압박 등으로 정체 모를 서류에 서명하다가 이 같은 권리를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근로계약 종료는 크게 ‘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자진퇴사로 나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오늘(11일) 노동자들이 회사의 '해고 갑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고와 권고사직 구분 등 대처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해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하지 않은 해고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절차로 보면 ‘30일 전 해고 예고(못 지킬 경우 해고예고수당 지급)과 ‘해고사유·시기 서면 통지를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전자는 모든 사업장에, 후자는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해고예고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해고는 무효로, 사업주가 구두나 전화통화 등으로 한 해고 통보는 효력이 없습니다.

노동자에게 중대한 귀책 사유가 없어도 부당해고에 해당합니다.

형법이나 직무 관련 법을 어겨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 무단 결근한 등으로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노동자에게 중대한 귀책 사유가 없는 한 해고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노동자를 해고하는 '경영상 요건에 의한 해고' 역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공정한 대상자 선정', '50일 전 노사협의' 등을 꼼꼼히 따지도록 돼 있습니다.

위의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해고는 부당한 해고이기 때문에 구제신청도 노려 볼 수 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없는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권고사직은 사업주의 ‘꼼수를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권고사직은 ‘자진퇴사와 달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사직 처리를 하면서 막상 근로복지공단에는 자진퇴사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됩니다.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면 정부 지원금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입니다.

직장갑질119는 "적지 않은 회사가 해고나 권고사직 대신 직원을 괴롭혀 견디다 못해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하도록 압박한다"며 "사직서를 내는 순간 해고시 사용자 의무와 해고·권고사직시 발생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단체는 '회사 상대 소송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부제소 확약서나 각서를 쓰라고 압박해도 서명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단체는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절대 사직서나 각서에 서명해선 안 되며 노동자를 지켜주는 건 결국 증거이므로 필요시 녹취할 수 있게 녹음기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이를 바탕으로 △‘가슴에 품고 다녀야 할 것은 사직서가 아니라 녹음기다, △‘사직서에 서명하면 부당해고도 실업급여도 땡, △‘권고사직도 사직, 고용보험 26번 신고를 요구한다, △‘각서(부제소특약)에 절대 서명하지 않는다, △‘회사 동의없이도 퇴사 가능, 단 무단 퇴사 협박에 대비 30일 전 통보한다 등으로 ‘퇴사 5계명을 정리했습니다.

단체가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직장인 1천명에게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13.7%가 '2022년 1월 이후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실직 사유는 계약기간 만료(29.2%),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25.5%), 비자발적 해고 (23.4%) 순이었습니다.

임시직(31.7%), 프리랜서·특수고용직(21.0%) 등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실직 사례가 많았습니다.

단체가 올해 1∼5월 접수한 이메일 제보 813건 가운데 징계·해고 호소가 28.4%(231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건·18.5%)보다 9.9%포인트 늘었습니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사직서라는 형식만 보고 해고 판단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당해고 사건에서도 형식이 아니라 근로자의 의사, 당시 상황, 사직서 작성 경위 등을 두루 살펴 진짜 사직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