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모든 증언을 거부해 검사 측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오늘(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재판에서는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임 전 차장은 검사 측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유는 자신이 별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있기 때문이라고 임 전 차장은 밝혔습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자신이 형사소추나 공소제기를 당해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임 전 차장은 별도로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이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임 전 차장은 "일반 국민으로서 증인 출석과 증언 의무가 있지만 저는 관련 사건 피고인으로서 진술거부권이 보장된다", "무의미한 신문을 계속하는 것은 형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재판부에게 검찰의 질문을 멈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 측에서도 "증언거부의사를 명백히 밝힌 상황에서 신문을 이어나가는 게 소송경제에 반한다"며 임 전 차장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자 검사 측은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질문에 증인이 증언을 거부했는지도 소송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질문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맞섰습니다.
검사 측은 "우리 사회에 큰 여파가 있는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학도들에게 견본이 되는 재판이 될 걸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임 전 차장은 본인 재판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실관계와 법리 다툼을 하고 있으면서 이 재판에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는 모습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가 신문을 계속 진행하라고 하면서 검사 측이 "상고법원 도입 관련 청와대와 협상 문건 작성한 게 맞나", "국제인권법 연구회 등 전문분야 연구회 구조 개편 방안 문건 작성한 게 맞나",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정부 요청 사항을 재판에 반영하는 대신 법관 재외공관 파견확대를 요청한 게 맞느냐" 등 2시간 가까이 질문을 이어나갔지만 임 전 차장은 내내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검사 측의 모든 질문에 임 전 차장이 답변을 거부하면서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 절차 없이 재판은 종료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앞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 등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을 비판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47개 혐의로 지난 2019년 기소됐고,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서 이런 행위들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혐의로 2018년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