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문Chat답] "바드는 한국땅이라는데 넌 왜?" 챗GPT의 '미꾸라지' 답변
입력 2023-06-04 08:00 
독도 / 사진 = 매일경제 DB
AI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 분야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MBN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보는 [일문Chat답]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와 논쟁들을 AI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일문Chat답]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오픈 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구글 바드까지 생성형 AI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우리 일상으로 파고드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최근에는 인공지능 전문가 350여 명이 한목소리로 AI가 '핵전쟁'과 같은 인류의 멸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을 정도죠.

국내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걸 물으면 알려주는 대화형 챗봇의 답변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어떤 답변들은 기사화되기도 합니다.

최근 국민들의 이목을 끈 AI의 답변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국민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독도 영유권입니다.


"독도가 누구 땅이냐?" 질문 자체가 갖는 함의도 만만치 않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대표적인 두 AI 챗봇, 바드와 챗GPT가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놨다는 사실입니다.

챗GPT "독도 영토 분쟁 소지 있어…공식적인 입장은 아냐"

바드는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일본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역사적·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바드의 입장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줄 만큼 속 시원한 대답입니다.

반면, 챗GPT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영토 분쟁 소지가 있는 땅"이라고 답했습니다. "독도는 현재 대한민국의 영토로 주장되고 있는 섬"이라는데, 일본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발끈할 만한 대답입니다.

주저 없이 일본 측 주장을 내놓는 챗GPT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의 사명감, 기자의 호기심에 한 번 더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드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왜 분쟁지역이라고 하는 건가요?"

/ 사진 = 챗GPT 캡처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 챗GPT는 자신이 "공식적인 입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두 나라는 독도에 대한 영토 주장을 두고 장기적인 분쟁을 벌여왔다"면서 "분쟁 지역에 대한 정보는 복잡하고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바드가 항상 절대적인 진실이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자 '바드'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분쟁 지역에 대한 정보는 복잡하고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은 해당 국가의 법적, 정치적 입장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고려해야 한다"며 특유의 애매모호하고 양가적인 입장으로 답변을 마무리했습니다.

정부 "독도 명백한 우리 영토…영유권 분쟁 존재하지 않아"


23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어린 도화새우를 방류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울릉군

AI 챗봇의 답변이 어떻든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앞서 지난달 경북수산자원연구원은 '독도새우'로 알려진 도화새우 30만 마리를 독도에 방류했습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땅임을 '독도새우'를 통해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보여주는 고지도 245점이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추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시대상을 담고 있는 외국 고지도에 울릉도·독도가 한국 영토로 표기된 것은 그 자체로 역사학적 증거가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정답이 확실한데 바드와 챗GPT는 왜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는 것일까요?

영어로 물어보면 "분쟁 지역"…바드는 얌체?


챗GPT 로고 / 사진 = 연합뉴스

생성형 AI는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학습한 결과물에 따라 답변을 내놓습니다.

바드에는 구글의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인 ‘팜2(PaLM2)가 탑재됐습니다.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고 5300억 개의 매개변수를 바탕으로 과학·수학적 추론과 코딩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챗GPT는 2021년 8월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해 실시간 데이터 반영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21년 이후 발생한 일에 대해 질문하면 잘못된 대답을 내놓기 일쑤입니다.

물론 독도가 2021년 이전에도 명백히 우리 영토가 분명했던 만큼, 단순히 데이터 학습 기간만을 근거로 독도 영유권에 대해 두 AI가 다른 대답을 내놓은 것을 온전히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더구나 독도에 대해 영어로 질문할 경우 바드와 챗GPT 모두 독도가 '리앙쿠르 암초', 혹은 '다케시마'로 불리는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답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바드는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 측 입장을, 일본어나 영어로 물으면 일본 측 입장을 내놓는, 어쩌면 챗GPT보다 더 얌체 같은 프로그램일지도 모릅니다.

AI 대답에 대한 팩트체크는 접어두고, 독도 영유권의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합리적인 판단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황화상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챗봇이 특정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보다는,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답변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권위 있는 국제기관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해 인정을 받거나, 영향력 있는 세계 지도에 '독도'를 표기하는 등의 성과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와 독도 주권 확보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AI도 애매모호하고 얌체 같은 입장을 버리지 않을까요?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