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과 건강
‘탄수화물 중독과 ‘저탄고지 같은 용어에서 보듯 많은 이가 탄수화물을 다이어트 혹은 건강의 적으로 여긴다. 헌데 탄수화물 섭취량이 지나치게 적으면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탄수화물,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 아니,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
덮어놓고 섭취 줄이면 부작용 커
탄수화물은 비만을 부르고 당뇨, 고혈압, 협심증,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게 상식이지만, 이는 일부 탄수화물의 이야기일 뿐 모든 탄수화물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따라서 탄수화물이라고 덮어놓고 피하다 보면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항체 생성이 잘 안돼 면역력이 떨어지고, 저혈당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진다. 또 두뇌 활동이 떨어져 자꾸 깜빡하고 몸은 늘 피곤하다. 부족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면 혈중 케톤 농도가 올라가 두통이 생기고, 단백질을 끌어다 쓰면 근손실을 불러 작은 충격에도 크게 다칠 수 있다.이뿐 아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부족하면 조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진다.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성인 1만5000여 명의 탄수화물 섭취량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식단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40% 미만인 사람은 적정 비율인 50~55%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높았다. 한편 탄수화물을 70% 이상 과잉 섭취하는 사람의 사망률도 못지않게 높았는데, 이보다는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더 높았다.
사진 언스플래시
정제와 가공이 나쁜 탄수화물 만드는 주범
탄수화물은 ‘단순 탄수화물과 ‘복합 탄수화물로 나뉜다. 단순 탄수화물에는 포도당, 과당, 맥아당, 젖당이 있는데, 당 분자가 1~2개라 분해와 흡수가 빠르고 단시간에 혈당을 높인다. 그러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혈중 인슐린이 많아지면 저혈당을 불러 다시 탄수화물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일과 유제품에도 있지만 주로 정제 과정을 거치며 구조가 단순해지는 백미, 흰 밀가루, 백설탕 등과 사탕, 과자, 초콜릿, 탄산음료 같은 가공식품에 많다.반면 식이 섬유소, 올리고당, 녹말처럼 당 분자 사슬이 긴 복합 탄수화물은 흡수와 분해에 시간이 오래 걸려 혈당이 천천히 상승해 보다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 비타민·미네랄·식물성 섬유질 등의 영양소가 살아 있고, 이는 우리 몸의 영양 균형을 맞추고 포만감을 지속해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인 ‘착한 탄수화물이다. 통곡물과 콩, 채소가 대표 식품이다.
착한 탄수화물 섭취 늘리는 ‘노력해야
솔직히 입은 단순 탄수화물을 좋아한다. 건강한 맛이 해결하지 못하는 갈증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을 생각하면 ‘착한 탄수화물 섭취 비중은 늘리고 나쁜 탄수화물은 줄인다는 원칙을 자꾸 되새겨야 한다.먼저 밥을 지을 때 현미, 보리, 귀리, 조, 수수 같은 통곡물을 섞고 점차 양을 늘린다. 빵이 먹고 싶으면 흰빵 대신 통밀빵을 선택하자. 통밀은 지방 함량이 낮아 심장 건강에도 좋다. 라면과 파스타는 메밀면으로, 청량음료나 과일 주스는 생과일로 대체한다. 또 쿠키나 초콜릿은 멀리 두고 견과류는 손 가까운 곳에 둔다. 채소에도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하다. 양배추, 버섯,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단호박, 고구마, 감자가 그렇고, 과일 중에는 블루베리와 바나나가 있다.
그럼에도 흰쌀밥과 파스타를 참을 수 없을 때는 한 김 식혀 먹으면 그나마 낫다. 탄수화물에 함유된 전분은 차가운 상태에서 저항성 전분을 만들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혈당 급상승을 낮추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지만, 조금씩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것만이 답이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