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80cm·72kg' 트렌스젠더 선수, 국내 최초 도민체전 출전
입력 2023-06-01 09:20  | 수정 2023-06-01 09:25
사진=연합뉴스


"나는 논란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렌스젠더 여성이 이번 3일 개막하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 출전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철원에서 아스파가러스 농장을 운영 중인 나화린(37)씨는 지난해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습니다.

예전부터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던 그는 2012년 열린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는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km 독주와 4km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그는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라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한체육회 확인 결과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을 따로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의 출전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트렌스젠더의 체육 경기 출전 문제를 두고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 농구협회는 트렌스젠더 여성 선수 렉시 로저스의 리그 출전을 금지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육상연맹은 모든 공식 대회에서 트렌스젠더의 출전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4일 런던 마라톤대회에 글레니크 프랭크 선수가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하며 여자부 경기에 참가한 것이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몇 달 전 남성부 경기에 출전해 2만6천539명 중 1만4천96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경기에서 2만123명 중 6천160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베이징올림픽에서 마라톤 여자부 경기에 출전했던 마라 야마우치는 프랭크의 런던마라톤 참가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3월 영국에서 트렌스젠더 여성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리지스(21)는 국제 사이클 연맹(UCI)로부터 대회 참가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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