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상관 성희롱 공군' 추가 폭로…"부대 문서를 SNS 단톡방처럼 사용"
입력 2023-05-25 14:56  | 수정 2023-05-26 09:01
해당 부대 근무 중인 병사, CBS라디오 출연해 상세히 설명
당직자 문서 '신송노트'를 SNS 단톡방처럼 사용한 병사들
'계집파일' 삭제돼서 확인 불가…피해자 더 있을 듯
"간부들, 오히려 파일 삭제하도록 회유하고 대대장에게 보고 안 해"

공군 병사들이 여성 상관을 성희롱하고 모욕한 사건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왔습니다.

앞서 공군의 산 전투비행단 당직대에서 병사 6명이 업무인계대장으로 쓰는 한글파일에 여성 간부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유하며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들은 전용 컴퓨터의 인수인계 대장 한글 파일에 댓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여성 상관을 "계집", "레이싱걸 같이 생겼다"고 모욕하는가 하면 "강간하고 싶다"는 글까지 남겼습니다.

여성 간부들의 정보는 공군 내부망에서 빼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 해당 부대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A 병사는 오늘(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희롱 발견 경위 등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A 씨가 성희롱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건 지난 3월.

A 씨는 "매년 '신송 노트'는 삭제 없이 보존돼야 하는데, 2021년 11월부터 없더라"면서 "친한 선임 병사가 '예전 당직 병사들은 신송 노트에 이런 내용을 적었다'면서 사라진 기간 동안의 파일을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송 노트는 당직자들이 인수인계를 목적으로 근무 안내사항 전달, 근무표 등을 일자별로 정리한 문서입니다.

6명으로 구성된 당직대 병사들은 이 신송 노트를 '카카오톡 단톡방'처럼 교대로 채팅하듯 사용하며 여성 상관을 성희롱했습니다.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9개월간의 신송노트에는 여성 간부들의 이름, 사진, 휴대전화 번호, 직책, 소속 등과 함께 외모를 평가하며 집단 성희롱한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A 씨는 "친한 선임 병사가 비어 있는 기간의 파일을 보여줬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영역에 있었다"면서 "가해자 병사들이 전역을 하기 전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전부 삭제한 뒤 나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용을 보고 '넘어갈 게 아니라 법적 처벌이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고, 피해자에게도 알려야 할 것 같았다"면서 "제가 기억하기로는 신송노트에서 언급되고 있었던 사진, 신상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던 분들이 8명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송노트에는 '계집 파일'이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A 씨는 "'계집 파일'은 이미 삭제된 상태여서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계집 파일을)실제로 본 사람에 따르면, 여자 간부들 얼굴과 여자 연예인들 몸을 합성해 놓은 사진과 간부들 사진에 그림판으로 낙서한 게 있었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신송노트 내용을 보면 (여자 간부들을) '아가씨'라거나 이런 것에 비유를 했으니까 어떤 지저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는 "지난 3월 부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간부들이 오히려 파일을 삭제하도록 회유하고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했습니다.

당시 간부들은 "내용이 심각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가해 병사들이 이미 전역했기 때문에 내부 징계가 어려울 것 같다. 피해자에게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걸 알리지 마라. 우리와 얘기해서 진행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두 달 가까이 기다렸지만 아무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상관을 다시 만났을 때도 '산송 노트에 있는 내용만으로는 법적 증거가 되지 못 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다만 A 씨는 간부들이 해당 사건을 덮으려고 한 것에 대해 "간부들이 사악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라 군대 문화가 폭력을 덜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공군은 신고를 받고도 보고를 지연한 간부 3명을 징계 입건하고, 관련자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사안을 철저하게 조사한 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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