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반신 마비환자, 두 발로 '우뚝'…"뇌-척수 연결해 생각하는대로 다리 움직여"
입력 2023-05-25 10:10  | 수정 2023-05-25 10:30
'뇌-척수 인터페이스'(BSI) 이용해 걷기 훈련하는 척수마비 환자 / 사진=CHUV. Gilles Weber 제공
연구팀 "뇌-척수 무선 디지털 연결…전기 신호 실시간 해독"
하반신 마비환자 보행·계단 오르기 가능해져

생각하는 것이 다리에 운동 명령 신호로 전달돼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도 걸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발표됐습니다.

자전거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40세 네덜란드 남성이 뇌와 척수 간 통신을 무선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하는 장치의 도움으로 다시 자연스럽게 걷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위스 로잔공대(EPFL) 그레고아르 쿠르틴 교수팀은 25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뇌와 척수 간 통신을 무선 디지털 브리지(wireless digital bridge)로 다시 연결해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뇌-척수 간 통신을 회복시켜 주는 기기를 삽입한 환자가 자연스럽게 일어서 걸을 수 있게 됐고 기기 전원이 꺼진 후에도 목발을 짚고 걷게 됐다"며 "이 연구를 마비 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회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스위스 로잔대학병원에서 걷고 있는 모습 / 사진=Jimmy Ravier

뇌에 삽입된 기기는 걷는 동작을 생각할 때 뇌에서 생성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독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는 척수의 전기 자극 시퀀스로 변환돼 다리 움직임을 제어하는 척수 영역에 연결된 신경 자극기로 무선으로 전달됩니다.

척수가 손상되면 뇌와 보행을 제어하는 척수 간 통신에 이상이 발생해 팔다리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마비 환자의 움직임을 회복시키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일부 연구진은 척수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환자가 서거나 걸을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 방법은 환자가 모션 센서를 착용해야 하고 변화하는 지형과 필요에 맞춰 다리를 움직이는데 제한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보행에 관여하는 뇌와 척수 영역을 직접 연결하는 이식형 기록·자극 시스템으로 구성된 '뇌-척수 인터페이스(BSI)를 제작했고, 생각하는 것이 다리에 운동 명령 신호로 전달될 수 있도록 뇌와 척수를 무선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했습니다.

뇌-척수 인터페이스(BSI) 기술 / 사진=Neurorestore 캡처

쿠르틴 교수는 "뇌와 척수를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하면 근육 활동의 타이밍과 진폭을 더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환자가 일어서고 걷는 행동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치를 12년 전 자전거 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된 네덜란드인 셰르트-얀 오스캄(40) 씨에게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오스캄씨는 마비된 다리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게 돼 일어서고 걷고 계단을 오를 수 있었으며 복잡한 지형에서도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셰르트-얀 씨는 "친구들과 바에 서서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되찾았다"며 "이 소박한 즐거움은 제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뇌-척수 인터페이스는 작동을 수분 안에 보정할 수 있고 별도 관리 없이도 1년 이상 높은 신뢰성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환자는 BSI를 이용한 신경 재활을 통해 신경학적으로 회복이 개선돼 BSI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목발을 짚고 걸 수 있게 됐다며 뇌-척수 디지털 브리지가 신경장애로 인한 운동 결함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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