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잃은 할머니 절규에 재판부 수용…급발진 의혹 기록장치·엔진음 감정

【 앵커멘트 】
지난해 말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죠.
운전자인 할머니는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를 잃었습니다.
오늘 유가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첫 재판이열렸는데, 재판부가 사고기록장치와 엔진음 감정 요청을 모두 받아들여 다음 재판에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장진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차량이 멈추는 듯하다 갑자기 굉음을 내며 앞차를 들이받고 질주합니다.

운전자인 할머니는 차량통제가 되지 않는 듯 함께 탄 12살 손자 이름만 외칩니다.

"이게 안 돼!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12살 이도현 군은 숨졌고 할머니는 피의자가 됐습니다.

▶ 스탠딩 : 장진철 / 기자
- "형사사건과는 별개로 유가족은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여 만인 오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유가족은 전방 차량 경고음이 울렸지만 긴급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급발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또 5초간 엔진회전수가 5,000 RPM까지 올라갔는데 이때 정상이라면 차량 속도가 시속 20~30km 더 올라야 하지만 6km만 증가한 것도 오작동이나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운전자가 30초 동안 충돌을 막으려고 방어운전을 한 사실만 봐도 운전자의 오조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유가족 측이 요청한 사고기록장치와 급발진 특유의 엔진음 분석을 위한 음향분석 감정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 인터뷰 : 하종선 / 유가족 법률대리인
- "두 가지 감정을 통해서 차량의 결함이 있고 EDR기록이 잘못됐다는 점을 입증을 해서…."

전문가는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급발진 사고 특징의 집합체라고 설명했습니다.

▶ 인터뷰(☎) :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배출가스가)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부분이라든지 브레이크 자체가 뭉쳐서 전혀 밟히지 않는 이런 특성 같은 경우에는 전형적인 급발진 특성이기 때문에…."

지난 13년간 국내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760여 건이 발생했지만,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재판을 지켜본 유가족은 급발진 사고 입증 책임을 운전자가 아닌 차량 제조사가 맡도록 하는 개정안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 인터뷰 : 이상훈 / 도현 군 아버지
- "개정되는 그 시점에 도현이한테 가서 도현이는 없지만 도현이한테 가서 자랑하고 싶어요."

급발진 여부 판단에 핵심 사안인 사고기록장치와 엔진음 감정은 다음 달 27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진행됩니다.

MBN뉴스 장진철입니다. [mbnstar@mbn.co.kr]

영상취재 : 정의정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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