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Health Recipe] 손톱으로 보는 건강
입력 2023-05-22 14:58 
사진 언스플래시
영양 상태 비춰 주는 거울

필자는 유년 시절 여름이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였는데, 그럴 때마다 작은 걱정이 따랐다. ‘봉숭아물을 들이면 수술할 때 마취가 안 돼 손톱을 빼야 한다는 풍문 때문이었다. 봉숭아물이 마취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손톱의 본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어서 문제라는 건 한참 뒤에야 알았다.
손톱 파란색 띠면 폐 이상 의심
『동의보감』은 환자를 진료할 때 손톱부터 확인하게 했다. 손톱이 건강과 영양 상태를 투명하게 비춰 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마취와 봉숭아물의 관계 역시 이 맥락이다. 수술 중 저산소증이 일어나면 손톱이 파랗게 변해 위급 상황을 알리는데 손톱이 붉게 물들어 있으면 신호를 포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술을 앞둔 환자는 매니큐어를 지우게 한다. 정확히는 손톱 아래의 혈관 색을 반영한 손톱 색깔을 보고 상황을 가늠한다. 일반적으로 손톱은 옅은 분홍색이지만, 손톱이 흰색을 띠면 간질환이나 빈혈을 의심해 봄직하다. 푸른색 손톱은 손가락 말초까지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다는 증거다. 특히 손톱이 파란색이면 폐나 기관지 이상이 있을 수 있고, 초록빛이 두드러지면 심장과 폐 이상을 추측할 수 있다. 손톱이 노란 빛을 띠면 당뇨병이나 곰팡이성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손톱이 검게 변하거나 어두운 갈색이면 피부암이나 흑색종일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하얗게 변하면 만성 신장병과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손톱이 단단하지 않고 물러졌다면 관절 이상 여부를 확인하자.
울퉁불퉁한 손톱은 빈혈 신호일 수도
손톱은 영양 상태도 알려준다. 건강한 손톱은 두께가 0.5㎜ 정도로 단단하고 매끈하며 윤기가 돈다. 그런데 작은 충격에도 깨지거나 윗부분이 잘 갈라진다면, 비타민A, B 또는 단백질이 부족한 상태일 수 있다. 손톱 표면이 울퉁불퉁해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로로 융기가 일어났다면 빈혈, 가로로 융기하면 신장병의 적신호일 수 있다. 아연 섭취가 부족한 때문이거나 근래 특정 약물을 섭취했다면 그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으니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
반점 또는 선이 생기는 것도 무심히 넘기지 말자. 손톱에 생긴 흰 반점은 칼슘과 비타민C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물결무늬가 생겼다면 칼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골다공증과 관절염 등 뼈 질환 여부를 함께 체크하는 것이 좋다. 손톱 뿌리가 건조하거나 수면 부족과 컨디션 저하로 힘들 때는 손톱에 가로선이나 세로선이 나타난다. 다만 손톱 색깔과 반점은 어디까지나 지표이므로 최종 확인은 의사의 진단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세균 침투 막는 손톱 관리법
손톱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가 침투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특히 큐티클을 깊이 잘라내는 경우가 그렇다. 큐티클의 역할은 손톱 뿌리를 지탱하고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것으로, 큐티클을 과하게 없애면 손톱이 약해질 뿐 아니라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큐티클은 손톱 바깥 쪽으로 밀어서 깔끔히 정돈하는 수준이 좋다.

또 손톱을 너무 바짝 깎으면 보호 기능이 떨어져 손끝이 상처 입기 쉽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내향성 손톱이 되어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손톱은 1㎜ 정도 남기고 깎아야 한다.
손톱이 건조하면 쉽게 깨지고, 갈라진 틈으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다. 비누는 손톱을 건조하게 만드므로 손을 씻은 뒤에는 핸드크림으로 손톱과 각질까지 꼼꼼히 문질러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자. 달걀, 우유, 쇠고기, 콩 등으로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비타민B·C·D가 풍부한 과일과 녹황색 채소를 먹으면 튼튼한 손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0호(23.05.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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