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아 둔갑' 미국 입양됐다 추방…법원 "입양기관이 1억 원 배상"
입력 2023-05-16 15:25  | 수정 2023-05-16 15:27
신송혁(46·애덤 크랩서)씨 / 사진 = NAKASEC 홈페이지 제공
법원, ‘불법 국외입양’ 첫 인정
입양기관 상대 일부 승소
국가 상대로는 패소

40여 년 전 친부모가 있는데도 고아인 것처럼 꾸며 불법 입양됐던 애덤 크랩서(한국 이름 신송혁)에게 입양기관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오늘(16일) 나왔습니다. 법원이 국외 입양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입니다. 다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는 신송혁 씨가 정부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는 패소했고, 홀트를 상대로는 일부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홀트아동복지회는 신 씨에게 1억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면서 다만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신 씨는 지난 1979년 3살의 나이로 미국에 입양됐습니다. 이후 아동 학대로 고통 받다 파양됐고, 12살 때 입양된 두 번째 양부모에게서도 학대를 받다가 16살에 두 번째 파양을 겪었습니다.


두 차례의 파양 후 노숙 생활을 이어오던 신 씨는 성인이 된 후 미국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2014년에는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경범죄 전과가 발각돼 2016년 미국에서 추방됐습니다. 신 씨는 이 과정에서 자녀들과 헤어진 채 한국으로 와야 했습니다.

신 씨는 한국 정부와 홀트가 자신을 입양보낸 뒤 해당 나라 국적을 취득했는지 확인하는 등 입양 절차를 책임지지 않았다며 2019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신 씨는 홀트 측이 자신에게 친부모가 있음에도 가짜로 고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을 보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본명 '신성혁'을 '신송혁'으로 고쳤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고아로 분류되면 친부모 동의 절차가 생략되며 양부모가 아이를 직접 보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한 입양이 가능했습니다.

신 씨 측은 "피고들이 국가간 입양의 기본 의무라 할 수 있는 입양 아동의 국적 취득 조력 및 확인을 다하지 않았다. 고액의 입양 수수료를 받고 국가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으며, 반면 홀트 측은 "당시 법 절차에 따른 행위였으며 사후 관리 의무가 없었음에도 신씨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오늘 1심 선고 후 신 씨 측은 "불법 해외입양을 관리하고 용인해 온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크게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신 씨 측 변호사는 신 씨와 상의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한편, 신 씨는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멕시코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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