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오는 16일 심의·의결할 듯
국민의힘과 정부가 오늘(1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건의키로 공식 입장을 정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간호법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협의회가 끝난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 제정안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 독주"라며 "당정은 간호법 제정안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간호법안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여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다"며 "간호법안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며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카스트 제도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처우 개선은 정부 정책으로 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오후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팻말을 흔들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으로 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간호법 시행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2차 부분 파업에 나선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전국 2차 연가투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의사단체는 "간호사들이 독자적으로 진료 업무를 수행하고 단독 개원까지 가능한 법이다", 간호조무사들은 "고졸이라는 학력 상한이 규정돼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응급구조사들은 "간호사들이 응급구조사의 업무까지 하게 돼 생존권이 위태롭다" 등 각각의 이유를 들며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가 병원 밖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히며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침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겁니다. 간호법 제정안에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 사진 = 대통령실 제공
당정이 윤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건의를 공식화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심의, 의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간호법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한은 오는 19일로, 윤 대통령은 이 기한 내에 간호법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표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됩니다. 재의결되면 그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될 예정입니다.
한편, 윤 대통령이 당정의 건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