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 군 자택서 9개월간 폭행
피해자 부모 "내 아이 못 지켰다" 오열
피해자 부모 "내 아이 못 지켰다" 오열
12년 전 '대구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권승민 군의 유서가 공개됐습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2011년 12월 19일 학교 폭력으로 사망한 권승민 군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극심한 학폭에 시달리다 자신의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극단적 선택을 한 승민 군의 유서는 A4용지 4장 분량이었습니다.
유서에는 "매일 우리 집에 와서 괴롭혔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를 피우게 하고, 물로 고문하고, 그 녀석들이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에 오시기 전에 나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 "12월 19일,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게 하고 벌을 세웠다. 내 손을 묶고 피아노 의자에 눕혀놓은 다음,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했다. 내 자신이 비통했다.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불효 같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승민 군은 친구의 부탁으로 게임 캐릭터를 대신 키워줬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해킹으로 캐릭터가 사라지자, 그를 향한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그를 괴롭힌 두 가해 학생은 승민 군을 24시간 감시하고, 돈을 뺏었으며, 권투 글러브, 단소, 목검 등으로 구타했습니다. 이러한 괴롭힘은 9개월간 지속됐고, 이 폭력은 전부 승민 군의 집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승민 군은 유서 마지막 장에 "내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여기 없었을 거다. 장난치고 철 안 든 척했지만, 우리 가족을 사랑했다.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일지 모른다. 매일 남몰래 울고 매일 맞던 시간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죽지 말아달라. 내 가족들이 슬프다면 난 너무 슬플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한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지금 전한다. 엄마, 아빠 사랑한다. 마지막 부탁인데, 집 도어락 번호 키 바꿔달라. 가해자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없을 때도 문 열고 들어올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승민 군의 어머니는 방송을 통해 "가족들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형은 동생이 그렇게 됐는데 아무것도 못 도와줬다는 죄책감, 남편은 남편대로 멀리 있어서 아이를 못 봤다는 죄책감, 엄마의 죄책감은 뭐라 말할 수도 없다"며 "내가 내 아이를 못 지켰으니까. 중학교 교사인 자기 아들 저러는 것 몰랐나"라며 오열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