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알못'도 궁금한 사건 3가지 [사건인사이드]
입력 2023-05-13 11:00 
최근 수많은 뉴스에서 가장 화젯거리는 역시 '코인'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3월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 살해돼 충격을 줬던 사건부터, 시가총액 100조원이 순식간에 0원이 된 악몽같은 현실을 1년 넘게 마주하고 있는 테라- 루나 사건, 그리고 해명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낳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유한 가상자산 규모 문제의 중심에는 모두 '코인'이 있습니다.

◇ 살인까지 부른 코인....경찰, '뇌물 이용' 정황도 포착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의 주범인 유상원·황은희 부부, 이경우 씨 등 일당은 현재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 씨 부부는 지난 2020년 10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 '퓨리에버코인' 1억원 상당을 구매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손실을 봤고, 그 이후 이 씨 등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라고 교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기 때문인데요.
사진=연합뉴스
코인 투자가 부른 개인 원한 관계로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경찰이 피해자가 확보했던 유니네트워크의 명단에 뇌물이 건네진 정황을 잡으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짙어졌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강제 수사에 착수했고요. 지난 10일 경찰은 '퓨리에버코인' 발행사와 이 곳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는데 이 모 대표는 당시 퓨리에버코인이 2020년 11월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 상장 전 코인을 공무원 등에게 홍보 편의를 봐달라며 건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직 행정안전부 공무원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퓨리에버코인은 당시 2200원대였는데, 상장 한 달 만에 1만 354원까지 오르더니, 6개월 뒤엔 17원대 폭락했습니다. 통상 코인은 상장만 하면 스스로 매수 매도하며 유통량을 사실상 조절, 시세를 조작할 수 있는 거래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업계에서는 '가두리 펌핑'이라고 부릅니다. 변동성이 크지만, 무상으로 받은 코인도 업체 측 정보만 있다면 얼마든지 심심찮은 상장 이익을 보고 빠질 수 있으니, 코인을 뇌물로 이용할 수 있는 의심이 드는 대목인 겁니다.

◇ 석방되는 권도형... 피해자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반면, 이렇게 가격 변동이 크지 않도록 설계한 암호화폐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투기 이미지를 날려주며 스테이블 코인으로 홍보했던 테라, 루나는 전세계 투자자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설계자 권도형 대표는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렸고, 수조원대의 자산가로 평가받았으니깐요.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권 대표는 미국과 한국의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를 이어가다 1년 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았고, 현지 시각으로 12일 우리 돈 5억 8천만 원의 보석금을 내면 풀려날 수 있다는 법원 명령을 받았습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예정됐는데,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사법 절차가 끝나면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법정에도 서야하는 상황입니다. 권 대표에 대한 엄벌 여부도 관심사지만, 현재 사라진 시가총액 50조원으로 25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울고 있습니다. 요원해보이지만 이들의 피해 구제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제도권에 든 코인 시장과 당국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인데요. 해결 여부에 따라 아직도 '한탕주의', 투기 대상으로 보이는 코인에 대한 일부 인식이 바뀌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서 찾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코인 추적'으로 눈덩이 의혹, 어설픈 해명이 자초

마지막으로 2023년 5월, 가장 뜨거운 이슈인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사건입니다. 김 의원의 설익은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연일 키우면서, 기자를 포함한 '코알못' (코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거 가상자산 지갑을 들여다보고, 엄청난 블록체인 기술을 맛보고 있는데요. 김 의원은 지난해 보유한 위믹스 코인 80만개에 대해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불법은 없었다" "실명으로 투명한 거래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클립이라는 지갑에 가입한 날짜와 가상 잔액 등이 '클립'이라는 가상 자산 지갑 등 거래소 실명 인증 확인서를 공개했는데요. 이 지갑이 김 의원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습니다. 새로운 가상 자산 지갑에 가입하면 웰컴 쿠폰 형식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소액의 가상자산이나 NFT가 있는데, 전문가들이 이를 토대로 계좌 개설 시점과 김 의원이 이름을 가린 채 공개한 3종의 코인 자산을 비교해 김 의원 소유 추정 지갑을 특정했고, 송금 내역을 역추적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김 의원이 코인 투자로 가진 상상 이상의 많은 돈은 알려졌고, '도대체 처음에 어떤 코인을 무슨 돈으로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차익이 얼마인가' 에 대한 명확한 답을 김 의원에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코인 거래를 GPS에 비유했는데요. 모든 코인은 어느 거래소에서 나와 어느 지갑에 들어가는 게 기록되고, 본인이 아니어도 외부에서 볼 수 있어 조작이나 은닉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코인 전문가들이 들여다보고, 김 의원이 직접 내역을 모두 공개한다 해도 이제는 코인 수익 용처와 코인 투자 타이밍에 내부 정보가 없었는지는 결국 수사 기관의 몫입니다.
◇ "가상 자산 시장 촘촘하게 재정비해야"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쏘아올린 공으로 코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만큼, 이번 기회에 가상자산의 촘촘한 제도 정비와 인식 변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읽힙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는 코인 시장은 무법천지나 다름없다"며 "몇명이서 사고 팔며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시장에서 피해를 당하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가상자산 전문가는 "이번 사태로 국내 코인의 위상이 '김치코인' '잡코인'으로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며, "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 의무화 논쟁과 별개로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당국의 탄력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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