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배상금 3,300만 원…1심보다 3배 올라
피해자 측 "'가짜 미투' 표현 쉽게 쓴 것 돌아봐야"
피해자 측 "'가짜 미투' 표현 쉽게 쓴 것 돌아봐야"
시인 박진성 씨가 이른바 '가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주장하며, 자신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줘야 할 배상금이 3배로 늘어났습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민사항소2부는 지난 4일 박진성 씨와 성희롱 피해자 A씨 사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 씨는 A씨에게 3,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결정했던 손해배상액 1,100만 원에서 3배로 오른 금액입니다.
손해배상 소송을 먼저 제기한 건 박 씨였습니다.
A씨는 지난 2016년 SNS를 통해 "2015년 시 강습을 받다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A씨는 17세로 미성년자였습니다.
재판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박 씨는 온라인 시 강습을 받던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20년 연하 여친 어떠려나",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 거다", "나랑 약속 하나 할래? 어떻게 해도 나 안 버린다고.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등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A씨가 이를 거부했음에도 박 씨는 이런 언행을 이어갔고, 결국 A씨가 SNS에 폭로하게 된 겁니다.
그러자 박 씨는 A씨의 폭로를 두고 '가짜 미투'라면서 "금전을 요구했다"며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했습니다. A씨의 주민등록증을 무단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2019년 A씨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합니다. A씨도 이듬해인 2020년 박 씨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해 박 씨가 A씨에게 위자료 1,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글은 문단에서 공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박 씨의 부당한 언행을 폭로하고 재발 방지를 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2심 재판부도 "성희롱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며 "(박 씨의 허위 글로) 21세에 불과했던 A씨는 맹목적 비난을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성희롱으로 인한 위자료' 1,000만 원,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2,000만 원, '협박에 대한 위자료' 300만 원을 책정해 A씨에게 총 3,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전 박 씨가 A씨에게 "준비 단단히 하고 기다려라. 끝까지 갈 테니까"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협박'이라고 판단한 겁니다.12
판결 후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가 쉽게 '허위 미투'니 '가짜 미투의 희생자'니 하는 표현을 하며 던져온 의심들이 온당하고 합리적인지 돌아보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한 형사소송에서도 박 씨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