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재수사 통해 가해자들 검찰 송치
인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들을 단순 물적 피해 사고인 것처럼 수사 기록을 조작한 경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어제(9일) 제주지법 형사1부는 공전자기록등위작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귀포경찰서 소속 A 경장에 대한 항소를 기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A 경장은 서귀포서 교통조사팀에서 근무하던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관내 교통사고 가운데 인적 피해가 발생한 사고 14건을 단순 물적 피해 사고로 조작했습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해야 하지만 단순히 물적 피해만 있는 것으로 조작한 것입니다.
A 경장은 지난 2020년 5월 2일 오후 2시 40분쯤 서귀포시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담당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23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단순 물적 피해만 있는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피해자에게 인적 피해 사건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복잡하고 많은 반면, 단순 물적 피해 사건은 교통경찰업무 관리시스템에 전산정보를 입력한 다음 결재만 받으면 종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A 경장이 이 점을 이용해 종결 처리한 교통사건은 14건에 달하며, 이 중 3건의 경우 무보험 피의자이거나 어린이 교통사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해 정식 수사가 필요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체 감찰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제주경찰청은 재수사를 통해 교통사고 가해자들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A 경장을 직위해제하고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 공무원은 직무에 관해 거짓으로 보고나 통보해서는 안 되고 직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범행 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으로 죄질이 굉장히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이 경찰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길 바라며 관대한 처벌을 바라지만, 공전자기록등위작죄와 행사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규정된 중대 범죄"라며 "1심 형량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사정을 모두 참작, 양형에 반영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A 경장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한편 A 경장은 징역형이 확정될 시,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퇴직 처리됩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