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엮이면 신세 망쳐"...서울대 교직원 징계 무효 소송 패소

평소 성차별적 발언·폭언 일삼아
교직원 A씨, "피해자의 과장된 진술"
재판부, "조직문화에 끼치는 악영향 커⋯"

입사 3일 차 여성 직원에게 "꽃뱀에 엮이면 신세 망친다"라고 말한 서울대학교 교직원이 자신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습니다.

오늘(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교직원 A씨가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행정 5급 직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18년 3월쯤 입사 3일 차 된 여성 직원 B씨를 포함한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꽃뱀에게 엮여 신세를 망쳤다. 관장님 보필을 잘하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일로 같은 해 8월 A씨에게 B씨와 공간분리 조치가 내려졌고, 이에 대해 B씨에게 "기본이 없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라며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약 1시간 가량 폭언을 이어가거나 "이래서 여자 쓰면 안 된다" 등 성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B씨의 업무를 지적하며 가정교육을 언급하거나 "수습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A씨는 징계위원회로 회부돼 2018년 12월 직위해제 처분을, 2019년 3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징계 내용이 모두 B 씨의 과장된 진술에 근거한 것이고, 하급자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일 뿐"이라며 소송을 내는 한편, "전보 인사로 6~9급 직원이 처리하던 업무를 맡아 부담이 과중해졌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B씨를 '꽃뱀'이라고 지칭한) 발언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동석한 직원들의 진술도 대체로 일치한다"라며 "'꽃뱀' 발언은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발언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성차별적 발언과 폭언에 대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지적이나 부당한 질책으로,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도 불안감, 공포심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원고가 전보로 인해 하위 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했다고 보이지 않고, 업무 부담이 과중해졌다고 볼 근거도 없다"라며 "이 사건 징계는 성희롱 또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중대 비위 행위며,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에 끼치는 악영향도 크다"라고 지적하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leesjee2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