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 개최
‘모빌(mobile)의 창시자로,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그는 ‘역동성, ‘움직임 같은 새로운 개념을 조각에 처음 적용시킨 키네틱아트(kinetic art 동적인 예술)의 아버지다. 그런가 하면 곧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시애틀 올림픽공원의 ‘독수리 조각 등 전 세계 도시에 외계 생명체가 상륙한 듯한 거대 조각품으로도 유명하다.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하나인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 작품 모두 선보여
몬드리안, 후안 미로의 작품이 2D를 벗어나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절제된 선과 대비되는 강렬한 원색, 공기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모빌은 미술관 공기의 흐름까지 바꾼다. 공중에 매달려 공기의 진동에 의해 움직이는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에 (‘움직임을 뜻하는 불어의 언어 유희로) ‘모빌(mobile)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바로 현대미술을 새로 정의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주로 간략하고 가벼운 모빌 작품을 선보인 칼더는 1950년대 이후에는 가로 세로 길이가 10m, 무게가 무려 6톤에 달하는 시애틀 작품 ‘독수리(1971)처럼 거대한 ‘스태빌(stabile) 조각을 선보이기도 했다.이번 《CALDER》 전은 2014년 국제갤러리 전시 이후 9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이자 2004년 첫 개인전 이후 네 번째 전시인 만큼, 대표작 ‘모빌(mobile)과 함께 과슈(gouache, 물과 고무를 섞어 그리는 불투명한 수채화) 작업에 브론즈 소품 등 그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모두 선보인다. 작품을 보노라면, 곡선과 끊어진 선이 어떻게 움직이는 생동감을 주는지, 또 모빌이 회전할 때 작품이 그림자와 함께 어떻게 공명하는지, 조각도 아닌 잉크와 과슈로 작업한 회화에서 왜 생동감이 느껴지는지 등이 궁금해진다.
할아버지는 당시 살고 있던 코네티컷 록스베리의 비포장도로를 명상을 하며 걸었다. 그러다 발견한 돌멩이를 작품에 차용하기도 했다. 그는 철학자였다. 자연에서 늘 명상을 했고, 자연의 미학을 작품세계에 잘 드러낸 철학자이자 작가였다.” - 칼더재단 이사장 알렉산더 S. C. 로워
빛, 회화, 사운드와 연결되는 모빌
국제갤러리 3관에는 모빌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과 함께 공간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는 조각들을 모아 놓았다. ‘Untitled(c. 1940), ‘Grand Piano, Red(1946)(아래 사진) 등 금속판과 와이어 등으로 세밀하게 구성된 스탠딩 모빌(standing mobile) 작품은 그의 조각 작품이 얼마나 부드럽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이 와이어와 금속은 2관의 과슈 작업들과도 연결되는데, 예를 들어 악보를 연상시키는 검정색 선의 ‘Untitled(1963)는 조각 작업을 할 때 스쳐 지나가는 발상을 미술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사운드에 대한 작가의 지대한 관심은 바람을 연상시키는 나선형과 물결치는 듯한 형태 묘사와도 연결된다. 모빌이 춤이나 음악, 드로잉 등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White Ordinary(1976) 및 ‘Untitled(1974) 등에서는 동력을 포착하고자 한 작가의 관심이 지질학과 시간성까지 아우른다. 작품 주위에 변화하는 공기의 흐름은 1955년에 칼더 작가가 친구의 초청을 받아 인도로 여행을 하던 중에 만든 ‘Guava(1955)(아래사진)와도 생동감 있게 연결된다. 공기의 순환에 모빌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전시장 전체가 마법적으로 바뀌는 것.
칼더는 모든 재료들에 마치 안무를 하는 듯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는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공기 자체를 활성화시킨다. 작가가 좌우할 수 있는 영역을 작품 외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재료의 물성이 공간 자체와 소통하는 칼더의 작품은 시각적으론 가볍지만 관념적으로는 묵직하다.” - 전시 설명 中
칼더가 그림을 그렸다고?
사후에는 그의 그림 작품만 모아 전시를 하기도 했지만 ‘조각가로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칼더 재단 이사장이자 그의 손자인 알렉산더 S. C. 로워는 할아버지는 조각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옆방으로 이동을 해서 과슈 회화 작업을 했다. 조각을 만들 때 받은 영향과 에너지를 회화로 전이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업이 몇 시간 정도 지속되면 굉장히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방을 이동해서 과슈를 그리며 회복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본인의 방에 응축되었던 자유와 에너지를 회화에 불어넣은 것이다.”(알렉산더 S. C. 로워)칼더의 작품들은 선창과 후창이 이어지는 악구의 반복처럼 일종의 음악적 대화를 만들어낸다. 마치 보컬과 각 악기들이 서로 호응하며 상호작용한다고 할까. K2에 설치된 과슈 작품들은 실험적인 조각 작품이지만 동시에 작가의 무의식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Yellow Flower, Red Blossoms(1974)와 ‘Black Squids(1963)에서 발견되는 산, 물, 식물 등의 자연 요소와 기하학적 상형문자의 형태는 무형의 동력과 원형의 형태 사이 생기는 긴장관계에 대한 고찰을 회화적으로 완성한 표현이다.
이번 전시는 재료의 물성이 공기의 순환과 진동, 빛과 그림자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작품과 쌍방향으로 소통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 《CALDER는 국제갤러리 K2 1층과 K3에서 5월28일까지 열린다.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CALDER》
전시 기간: 2023년 4월4일(화)~5월28일(일)
전시 장소: 국제갤러리 K2 1층, K3※ 네이버 예약 예매 통해 무료 관람
전시 기간: 2023년 4월4일(화)~5월28일(일)
전시 장소: 국제갤러리 K2 1층, K3※ 네이버 예약 예매 통해 무료 관람
Biography
마침내 받침대에서 해방된 조각
‘키네틱 아트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Sandy Calder 1898~1976)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1898년에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철사를 구부리고 일그러뜨려 장난감을 만들곤 했던 그는 초상화가였던 어머니와 조각가였던 아버지, 할아버지 등 유명한 예술가 집안 출신이지만, 그가 작가가 되길 원하지 않았던 집안 때문에 뉴저지 주 호보켄에 있는 스티븐스 공대에 다니며 이후 엔지니어와 여객선 정비사로 일하기도 했다.마침내 받침대에서 해방된 조각
‘키네틱 아트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Sandy Calder 1898~1976)
다시 미국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 등록해 교육을 받다가 1926년 파리로 유학을 가 몬드리안, 뒤샹 등의 화가들과 교제한다. 몬드리안의 스튜디오에서 기하학적인 원색의 직사각형 판자들에게 영향을 받은 그는 추상적인 형태들이 공중에 매달려 움직이는 ‘모빌(mobile)을 창안한다.
1931년 마르셀 뒤샹에 의해 명명된 ‘모빌은 프랑스어로 명사 ‘움직임과 형용사 ‘움직이게 하는의 뜻을 모두 내포한다. 좌대 받침대가 아닌 천장에 매달려 조각을 움직이게 하는 모빌과 함께 정적인 조각품 ‘스태빌(stabile)도 발명한다.
초기의 모빌들은 모터로 구동됐지만 이후 사라졌으며 칼더가 기류, 빛, 습도 등에 반응하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유럽의 모더니즘과 미국의 신생 아방가르드 흐름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던 칼더는 이후 미술사의 판도를 바꿔 놓으며, 전쟁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예술가가 된다.
1950년대 이후부터 거대한 규모의 야외 설치작업에 몰두한 그의 작품은 지금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125(1957)), 몬트리올 엑스포(‘Trois disques(1967)) 등 세계 각지의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다. 생전에 이미 뉴욕 현대미술관, 휴스턴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주요 회고전을 개최했던 칼더는 1976년 휘트니미술관에서 회고전이 개막된 며칠 후 뉴욕에서 7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및 자료제공 국제갤러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