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르던 토끼 질식사 시킨 후 끓여먹으려 했는데 '무죄', 왜?
입력 2023-05-04 09:01  | 수정 2023-05-04 09:16
토끼 / 사진=연합뉴스
재판부 "목을 매달거나 잔인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 고의성 볼 수 없어"
1심 이어 2심 무죄…"동물학대법상 학대행위 아냐"

지난해 5월 분양 받아 자신의 집에서 기르던 토끼를 플라스틱 통에 가둬 질식사 시킨 후 죽여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무죄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플라스틱 통에 토끼를 가둔 행위만으로는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2부(한성진 남선미 이재은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 씨에 대해 1심과 동일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집에서 토끼 한 마리를 키우던 A 씨는 토끼가 외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범행 당일 시장에서 토끼를 추가로 구입해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는 기존 토끼가 있던 사육장에 새로 구입한 토끼를 합사했으나 기존에 있던 토끼가 새 토끼를 괴롭히며 시끄럽게 하자 새 토끼를 꺼내 산소 구멍도 없는 좁은 플라스틱 통 안에 약 10시간 가량 가둬놓고 죽였습니다.


A 씨는 다음날 플라스틱 통 안의 토끼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지인과 함께 토끼탕을 끓여 먹겠다며 인근 천변에서 토끼털을 태우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는 이후 기존에 키우던 토끼를 새 토끼를 구입한 시장에 가져다줬습니다.

A 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토끼를 플라스틱 통 안에 넣은 목적은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리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죽이기 위해 통 안에 넣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행동이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학대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검찰은 이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고 밀폐된 플라스틱 용기에 토끼를 넣어둔 채 10시간 동안 방치한 만큼 토끼의 죽음에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고, 질식사 과정에서 토끼에게 엄청난 고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토끼를 보호해야 하는 동물로 여기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동물에 대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고, 무죄는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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