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규칙 개정 다음 달 확정 방침
법원 "사적인 대화까지 압수대상…어떻게 처리되는지 몰라"
검찰, 반대 고수…"피압수자 권리, 철저히 보장"
법원 "사적인 대화까지 압수대상…어떻게 처리되는지 몰라"
검찰, 반대 고수…"피압수자 권리, 철저히 보장"
압수수색 규칙 개정 다음 달 확정될 듯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판사가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의 시행이 계획보다 늦어집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은 지난 2월 형사소속규칙에 '압수·수색의 심리'에 대한 조항을 추가해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수사의 밀행성을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수사기관은 반대 입장을 내왔습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영장을 발부하기전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고 검사도 나와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거센 반발에 대법원은 수사기관과 한국형사법학회 등이 참여하는 공동학술대회를 다음달 2일에 연 뒤 개선안과 시행일을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영장전담 판사들 "지인과의 대화까지 압수수색"
법원 로고 / 사진 = 연합뉴스
어제(1일) 열린 전국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화상회의에서는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판사들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일단 법원 내부에서는 이미 규칙 개정이 예고된 만큼 개정된 규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논의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발제를 맡은 법원행정처 형사지원심의관 정재우 판사(사법연수원 39기)는 대주주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이 된 사내변호사 A씨의 사례를 제시하며 시민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선 수백만 건의 파일을 선별하기가 불가능했기에, 수사기관이 전체를 가져가고 이튿날 A씨가 수사기관에 출석해 선별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석하니 선별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웬만하면 협조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이 절차를 포기했습니다.
결국 범죄에 관여한 적이 없는 A 변호사는 사건과 무관한 친구와 나눈 비공개 대화까지 넘겨주게 됐습니다.
정 판사는 "영장상 '본건과 관련성' 문구만으로는 압수 범위 제한이 불가하고 철저한 선별도 어려워 사실상 '모든 것'을 압수할 수 있는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입수한 정보가 어떠한 방식으로 보관되는지, 무관 정보가 제대로 폐기되는지 알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은 지난 10년 간 363% 이상 급증했는데, 구속영장 청구는 40%, 체포영장 청구는 53% 감소하면서 법원은 강제수사의 중심이 압수수색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압수수색에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전자정보 저장매체가 많기 때문에 사생활 정보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은어 사용이 많은 사건이 아니라면 검색어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검찰 "피압수자 권리, 지금도 철저히 보장"
대검찰청 / 사진 = 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압수수색 규칙의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범죄와 무관한 정보가 압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압수자의 참여권은 보장돼 있고, 설령 다른 범죄 정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증거로서의 능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압수되면 압수를 당하는 사람은 준항고를 통해 무력화 시킬 수 있고 수사기관도 이를 확인하면 정보를 폐기하고 알려야 합니다.
영장 발부율이 높은 것에 대해서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영장 신청 단계에서부터 소명자료가 부족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등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압수수색 심리와 관련해 수사기관과 법원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형사소송규칙은 대법원이 개정 권한을 갖고 있어 다른 기관의 반대에도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