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 우리 막내 생일이어서 미리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제 전해줄 수가 없습니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초등학생 막내딸, 등굣길에 1.5t이 넘는 화물에 깔려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습니다.
지난 28일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학동 스쿨존 사망 사고 희생자의 아빠라고 밝힌 네티즌이 어제(30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작성자는 "스쿨존 사고는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다"며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 수가 있구나"라고 운을 뗐습니다.
사고가 난 시간은 오전 8시 22분쯤,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등교하던 때였습니다.
한 공장에서 지게차로 하역 작업을 하던 중 물고기잡이용 그물에 쓰이는 원통형 대형 실뭉치가 스쿨존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위쪽에 있던 공장에서 떨어진 무게 1.5t이 넘는 실뭉치는 경사길에 떨어져 160m가량을 굴려 내려오면서 등교하던 아이들을 덮쳤습니다.
사고 현장은 사람들의 고함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이 사고로 10세 여자아이 A양이 숨지고 초등학생 2명과 30대 여성 1명이 다쳤습니다.
사고가 난 지점과 공장 앞 도로는 모두 노랗게 칠해진 어린이보호구역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등굣길에는 차도와 보행로를 분리하는 안전펜스가 처져 있었지만, 1.5t이 넘는 자재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A양 아빠라고 밝힌 작성자는 "사고 희생자로 A양이라 불리는 우리 아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다"며 글을 적었습니다.
그는 "엄마에게 카톡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 고백을 하던 아이다. 공부하다가 유튜브를 보다가도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렸다"며 "엄마가 아이 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참 행복했다"고 썼습니다.
만 8세밖에 되지 않은 A양의 의젓한 모습도 떠올렸습니다.
그는 "건조기에서 말린 수건을 가득 꺼내 놓으면 소파에 앉아 3단으로 예쁘게 개어 놓았다"며 "엄마에게 종일 쫑알쫑알 친구를 하며 엄마 귀를 쉬지 않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밖에 나갈 때면 엄마 손이 아닌 아빠 손을 잡았다. 엄마를 언니에게 양보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작성자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는 사고 당일 모르는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하더라"며 "기사로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동생이라더라. 그 아이는 경상이라 다행"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어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걱정하고 본인의 몸이 좀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기뻐한다면 자기희생을 하는 아이라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할까 늘 걱정했다"며 "내일이 사랑했던 우리 장모님 기일인데 같은 묘에 묻혔다. 장모님과 하늘나라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고 목격자와 주민들은 잘못된 장소와 시간에 작업을 하는 바람에 발생한 인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일반적인 작업 환경도 아닌 가파른 비탈길에서 진행되는 작업에 늘 마음을 졸였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화물 하역작업 과정에서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그물망 뭉치 작업자 등 현장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또 사고 현장 주변 방범용카메라(CCTV) 영상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 등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작업일지나 화물적치 등에 문제가 없는 지 등 작업자와 관련 회사의 과실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