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대형건설사 관계자와 모처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이 악화하는 문제로 대화는 시작됐습니다. 원자재가격이 너무 많이 뛰어서 이익을 내려고 해도 낼 수가 없다며, 주택 쪽에서 줄어든 수익을 다른 분야에서 메우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들이 시공을 맡은 경기 광명시 모 재개발 사업장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높아진 원자재가격을 반영해 공사비를 뽑아보니 3.3㎡에 630만 원은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코로나19 이전에 책정됐던 금액이 48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공사비 증액 협상을 해야 하는데, 한번에 150만 원이나 인상하는 걸 조합 측에서 수용할지 사업부에서는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이처럼 공사비 단가가 너무 올라 공사를 따낼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 여파가 본격화되는 걸까요?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8만6,44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습니다. 아파트보다 침체가 심한 아파트 외 주택은 11,971호로 47%나 줄었는데요. 주택 착공도 1분기 전국 5만3,666가구로 1년 전보다 3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서울은 올해 3월까지 착공 물량이 6,719가구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1만 가구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주택 인허가 실적. 자료: 국토교통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급등하는 공사비만큼 분양가를 올릴 수 없으니 건설사들도 당연한 수순이겠죠.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업체들의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조6,60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8%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침체 장기화 우려에 은행들을 PF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대출을 받더라도 금리가 두자릿수 퍼센트에 달해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같은 인허가와 착공 실적 급감은 향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아파트 입주가 통상 착공 2~3년 뒤, 인허가 기준으로는 3~5년 뒤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2~3년 뒤부터 공급 가뭄이 본격화한다는 것이죠. 입주물량 감소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주택가격을 불안하게 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인허가와 착공이 줄면서, 후속적으로 분양 물량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5월 주택분양 계획을 집계한 결과 12개사가 12개 사업장에서 3,725가구를 공급하는데, 전달(4,885가구)보다는 24%, 작년 같은 달(5,609가구)보다는 34%나 줄어든 수치라고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분양수익 쏠쏠하게 챙겼으니 고통 감내하라는 입장인데, 과연 그렇게만 될까요? 괴씸죄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분양할수록 마이너스라는데, 손해보고 집 지을수는 없으니 시장 논리에 따라 사업을 더 줄일 겁니다. 이대로 놔두면 인허가와 착공 급감의 후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을 엄습할 것입니다. 이번 전세사기 사태처럼 말입니다. 주택통계가 주는 경고음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