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흡연할 곳이 없는데…제삼자들도 조심해라"
공동주택관리법에 '피해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
공동주택 실내흡연 처벌할 수 있는 수단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동주택관리법에 '피해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
공동주택 실내흡연 처벌할 수 있는 수단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동주택 입주자가 실내흡연을 삼가달라며 붙인 자필 호소문에 협박성 답변이 달려 논란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희 아파트에 건달이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 씨는 "한 주민이 집안의 담배 냄새 때문에 간곡한 호소문을 써 놨다"며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사진 속 호소문에는 "안방 베란다에서 흡연하시는 분께 부탁드린다. '샷시'가 허술해서 문을 닫아도 냄새가 다 올라와 힘드니 제발 실내 흡연을 삼가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A 씨는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이렇게 써 놨겠냐"면서 "그런데 조금 전 퇴근하고 보니 아래에 이런 글이 붙었다"고 사진 한 장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아파트 내 금연을 당부하는 주민에게 흡연 당사자가 자신이 협박성 글을 써 붙였다. / 사진 = 온라인커뮤니티
사진에는 호소문의 답변으로 보이는 글이 찍혀 있습니다.
실내 흡연 당사자로 추정되는 입주자는 "우선 피해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곧바로 "맹목적으로 흡연을 삼가라고 하지 말고 시간대를 가르쳐 달라"면서 "안 그래도 흡연할 곳이 없는데 내 집에서는 피해 안 가게는 하고 싶다"고 요구합니다.
이어 "샷시의 문제? 영어 하시지 말라"면서 "3일 이내 답변이 없을 시 더 이상 생각 안 한다"고 덧붙인 작성자는 "건달이다. 제3자들도 조심하시고 해당하는 분만 답하라"는 협박성 문구로 글을 맺었습니다.
이 사진을 공개한 A 씨는 "처자식만 없었어도 답장 쓴 다음 만나서 얼굴 한 번 보겠는데 더러워서 그냥 떼서 찢어 버렸다"면서 "저런 사람과 같은 동에 사는 게 싫다. 이사가 아직 두 달 남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건달이 뭐 대단한 줄 아냐", "글에 무식이 철철 흐른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입주자·사용자는 발코니나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피해를 끼친 입주자들은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긴 하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습니다.
또 민건강증진법상 아파트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 주차장은 금연 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세대 내 주거 공간'까지 규제할 수는 없어서 '노력'하지 않는 이들을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