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홍근 "헌재, 민형배 탈당 문제 삼지 않았다"…따져보니 [사실확인]
입력 2023-04-26 16:14  | 수정 2023-04-26 16:23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오늘(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선 재판관, 민형배 탈당 과정 문제 지적
헌재 "권한 침해로 야기된 위헌·위법 상태 시정 국회에 맡겨야"
법조계 관계자 "복당 절차, 국민 정말 우습게 아는 것"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전격 복당했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법' 처리 도중 탈당한지 1년여 만입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복당 사실을 전하면서 "헌법재판소가 민 의원의 탈당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다만 소수 여당의 심사권 제한을 지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앞서 검수완박법 통과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민 의원이 무소속 신분으로 야당 몫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전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건 문제라고 봤지만 탈당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기 때문에 복당해도 된다는 이유입니다.

"헌재가 탈당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는 말, 사실인지 따져보겠습니다.

"탈당도 권한 침해 행위에 포함"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헌재는 지난해 4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한 걸 무효로 해달라는 전주혜·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지난달 23일 "법사위의 가결 선포 행위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침해 정도가 국회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검수완박법 통과를 무효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의 이 결정을 근거로 '이미 무소속인 민 의원이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것만 지적됐다', '탈당 자체는 위장이나 꼼수가 아니었다'라는 주장을 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는 민 의원의 탈당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분명이 나옵니다. '심의·표결권 침해는 맞지만 무효화 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헌재 결정과 유일하게 같은 의견을 제시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은 결정문에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민형배 위원은 개정법률안 원안들의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하여 양향자 위원 대신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될 목적으로 탈당하였고, 법사위원장은 민 위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이와 같은 민 위원의 탈당 경위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민 위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 이미선 재판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이 재판관과 함께 다수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민 의원 탈당이 "민주당과 협의"된 과정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민형배 위원은 조정위에서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돼 민주당 소속 조정위원들과 함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과 협의하여 민주당을 탈당하였고, 같은 당 소속인 법사위원장은 이런 사정을 알고도 민 위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임을 합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다."

-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이는 헌재가 박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탈당'과 '안건조정위 구성'을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헌재가 인정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 행위'는 박 원내대표의 말대로

'무소속 상태인 민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행위'

만을 잘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검수완박법 처리를 반대하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대신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들어가 법안을 처리할 목적으로 탈당하고 같은 당 소속인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행위'

전체를 의미하는 겁니다.

헌재가 요구한 건 '국회의 자정'

박 원내대표는 "법안이 유효하다고 판결된 점은 마땅하지만 여당 법사위원들의 심사권에 제한이 가해졌다는 헌재 판단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검수완박법 통과를 무효화하지 않은 건 당연한 것이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 이유는 이와 정반대였습니다. 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헌재가 무효화하지 않은 건 입법부의 권한을 존중해 '국회의 자정'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헌법질서 아래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정치적 헌법기관인 국회가 가지는 자율권과 정치적 형성권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권한 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야기된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합당하다.

- 이미선 재판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안건조정위원회 참여에 대한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 발언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즉 헌재의 결정은 민 의원 탈당부터 안건조정위원 선임까지 이뤄진 행위로 인한 국회의원 권한 침해를 인정하고 스스로 시정하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지적된 부족한 점은 아프게 새기면서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위장탈당의 위헌성에 대해 헌재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문제를 지적받은 것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 복당이라니 국민 알기를 정말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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