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콜센터 상담원 '뇌출혈' 산재…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높아"

주차장 600곳 응대해

입사 7개월 만에 뇌출혈로 쓰러진 콜센터 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콜센터 직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지난 2018년 2월 한 무인 주차장 안내 콜센터에 입사해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석간조 업무를 맡아 일했습니다.

약 600개 이상 무인 주차장 이용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요금 정산, 사후서비스 접수 방법 등을 안내하는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입사 7개월이 되던 그해 9월,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반신 마비와 실어증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뇌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회사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요양 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지급되는 보험 혜택입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주당 업무시간이 41시간에 불과한 점, 뇌출혈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병은 개인적 요인이 자연적 경과에 따라 악화함으로써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장기간 담당한 데 따른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A씨의 발병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단된다"며 "근무 강도와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강했을 것"이라고 2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또 "비록 A씨의 기저질환인 고혈압을 주된 발병 원인으로 보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와 고혈압이 겹쳐서 뇌출혈을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A씨가 속한 석간조가 통상적인 퇴근 시간과 겹쳐 이용객이 많은 데다 야간근로까지 일부 겹치는 만큼 주간·야간조보다 업무 강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아울러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으며, 별도의 휴게 시설이 없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한 점 등도 판결 이유로 꼽았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